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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보고 얘기하자”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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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보고 얘기하자” 폭풍전야

입력
1997.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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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 경선과정의 금품살포설과 사퇴압력설 파문은 박찬종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증거자료를 전달하는 16일이 확산여부를 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날 이만섭 대표서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고 극도의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 경선과정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박찬종씨 카드/일단 청와대에 증거제출 ‘공’ 넘기기/당총재 뜻 수용이나 검찰고발중 택일

금품수수설과 사퇴압력설의 중심에 서있는 신한국당 박찬종 후보가 다음으로 던질 카드는 무엇인가. 그동안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온 박후보가 금품살포설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돈공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는 당선관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당지도부의 요구를 일단 거부하는 대신 당총재에게 「공」을 넘긴 셈이다. 그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당선관위에는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는 검찰에 직접 고발하지 않음으로써 완충의 시간을 갖게 됐다.

박후보는 김대통령의 「선택」을 지켜본 뒤 향후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당선관위에 넘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하겠지만 당 선관위가 자료를 넘겨 받는다해도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사건의 본질이 유야무야될 것으로 박후보측은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박후보가 어떤 행보를 택할 지에 대해서는 두가지 견해가 있다. 박후보는 『미리 예단하지 말자』고 말했지만 우선 검찰고발을 불사하는 등 계속 강공을 퍼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 측근은 『이미 온국민 앞에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끝까지 시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박후보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후보는 향후 검찰수사를 의뢰할 지 여부에 대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측근들은 『당총재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당인의 도리 아니냐』며 『그렇지 못할경우 독불장군 소리를 듣게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증거자료를 갖고 있느냐도 그의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김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검찰수사를 지시한다면 박후보측은 당연히 그대로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박후보는 최소한 대통령이 금품살포의 문제를 인정하고 후보―지구당위원장―대의원을 연결하는 고리를 차단하는 획기적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김광덕 기자>

◎이회창씨 입장/당에 증거 못내는건 정치공세 자인꼴/‘허무맹랑’ 판명땐 반드시 책임물을 것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측은 15일 당선관위에 출두한 박찬종 후보가 이후보의 금품살포 증거를 16일 청와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일단 그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에따라 박후보를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법적 대응도 유보했다.

이후보측은 박후보가 즉시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실제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음을 거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후보 경선대책위의 박성범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후보가 당에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주장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구태의연한 정치공세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보진영은 박후보가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관위에 출두하고, 증거제출 의사를 밝힌 것은 어찌됐든 사태의 진전이라는 점에서 추가 대응은 자제할 방침이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청와대에 증거가 제출되면 이는 다시 당으로 전달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겠느냐』면서 『증거의 내용을 보고 그에 상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후보가 제시한 자료가 「허무맹랑한」 내용일 경우 이후보측은 허위사실 유포로 당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물어 박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공식 요구하겠다는 자세다.

이후보측은 만약 박후보가 16일에도 구실을 만들어 증거제출을 거부한채 이후보에 대한 상처내기를 계속한다면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후보측은 손진곤 변호사 등 측근들의 박후보에 대한 사퇴종용설과 관련, 공식적으로는 『경기고인맥이 자발적으로 박후보의 양보를 종용한 것일 뿐 압력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박후보에 대한 접근방식과 메신저의 선정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론이 적지않다.

특히 박후보와 일종의 「특수관계」인 손변호사의 등장이 오히려 박후보의 자존심을 자극, 이후보에 대한 강공을 촉발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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