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태다. 재계 제8위(총자산기준)의 기아그룹이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15일 제일은행 등 5개 채권은행에 의해 부도방지 협약의 대상이 됐다. 기아그룹은 진로, 대농에 이어 3번째 대상그룹이나 10대의 상위그룹으로서는 처음이다. 기아그룹의 주거래 은행인 제일은행측은 『기아그룹이 최근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및 회전기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에 봉착, 부도방지 협약에 넣게 됐다』고 했다.기아그룹이 부도방지 협약의 대상이 될 만큼 경영악화를 가져온데 대해 그룹경영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으나 우선 기아그룹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 구제 조처에 역점을 두는 것이 수순이다. 세계경제의 추세에 따라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부실에 소방역할을 계속 맡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현시점이 경제체제가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과도기이고 방치의 경우 경제질서의 대혼란과 대외신뢰 추락등이 우려되는 만큼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아그룹의 순여신은 5월말 현재 은행 5조4,845억원, 제2금융권 4조515억원 등 모두 9조5,300여억원이다.
지난 한해 경우 부채총액 11조9,012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부채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 같다. 물론 부채가 늘어도 매출과 이익이 증대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자동차 업계가 국내수요와 수출의 부진으로 모두가 무이자 할부판매, 밀어내기 수출 등 과당경쟁, 제살을 깎는 출혈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재고가 누적, 조업단축까지 하는 전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이 불황이 생산설비의 과잉, 기술의 낙후, 높은 인건비, 국내시장의 포화 등 시장여건의 악화와 경쟁력 취약 등에 따른 구조적인 취약점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 기아그룹의 경영부실해결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아그룹의 문제해결을 현단계에서는 신생 자동차 메이커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아그룹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기여한 공로와 정부정책에 대한 협력도 감안해야겠다. 기아그룹은 나름대로 자력 등으로 상당한 기술축적을 실현했고 또한 주종 업종인 자동차 업종에만 매달려 업종전문화 시책에 충실히 따랐고 주식도 개인 오너가 없을 정도로 모범적으로 확산, 주식분산 정책에도 적극 호응했다. 정부시책에 충실한 것이 오히려 그룹의 취약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재벌의 정부시책순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기아그룹 정상화는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아그룹은 이미 자구책을 마련했다. 광주 아시아자동차 공장부지, 속리산 부지 등 부동산 매각으로 8,000억원을 조달, 운영난에 충당하고 인력도 3,000여명을 감축하며 노조측과 합의로 임금도 회사의 자율로 결정키로 했다. 그룹측의 경영개선 전망도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만큼 기아그룹 구제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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