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도 민망하고 글로 쓰기도 낯뜨겁지만 우리말의 감칠맛이 깃들인 사라져가는 욕설들요즘엔 잘 듣기 어렵지만 차마 필설로 옮기기가 낯 뜨거운 욕 몇가지.
「남의 X 크다니까 말뚝 갖고 덤비는 놈이다」.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말만 듣고 날뛴다고 면박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화적 떼 봇짐도 털어먹을 놈」. 화적보다 더 못된 짓을 할 만큼 흉악한 자를 두고 하는 말로 「용을 잡아서 날회를 처먹을 놈」과 같은 뜻이다.
「흉년 문둥이 떼쓰듯 한다」.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라붙어 울고불고하며 생떼를 쓰는 사람에게 하는 욕이다.
「새끼는 밑으로 나오고 세상은 입으로 나온다」는 말처럼 언어는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욕」은 인간의 야비하고 응큼하고 더럽고 치사한 측면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소설가 정태륭(53)씨가 이처럼 듣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삶에 대한 통찰과 우리 말의 감칠맛이 살아나는 욕을 「한국의 욕설백과」로 묶었다. 그는 『20여년간 농촌 관련 신문·잡지 기자를 하면서 곳곳으로 취재를 다니다가 조상의 질펀한 해학과 기지가 살아 있는 욕설과 상소리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수집을 시작했다』며 『「욕이 반 사랑이다」 「욕에 정든다」 「욕맛이 꿀맛이다」는 말이 있듯이 욕을 통해 토속정서, 진득하고 맛깔스런 벌거숭이 말맛, 원초적인 삶의 맛을 음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말이 「욕설백과」지 상당 부분이 속담이나 격언에 가까운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도둑 때는 벗어도 화냥 때는 못 벗는다」. 도둑질은 잊혀지지만 여자가 처신을 헤프게 한 것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다. 「매를 맞아도 은가락지 낀 손에 맞으랬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높은 사람, 잘 사는 사람과 상대해야 이롭다는, 치사하지만 시대를 초월한 처세철학이 담겨 있다. 「욕을 먹어도 감투 쓴 놈한테 먹으랬다」와 같은 뜻이다. 「범을 보면 무섭고, 범 가죽을 보면 탐나고」. 위험은 두려워하면서도 욕심은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갈파한다.
이 책은 각종 욕설을 성 또는 직분, 동·식물, 사물이나 현상 관련 및 삶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욕설, 잘못된 성정을 탓하는 욕설, 돌출상황에 대응하는 말, 말맛 좋은 욕설 등 소재별로 구분해 실었다. 예를 들어 무능함과 어리석음을 탓하는 말에는 「대명천지 환한 대낮에 저 혼자 밤중이다」는 말이 있다. 남들 다 아는 일을 저 혼자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가고 비 오는 날 소금 팔러 가는 놈」은 덜 떨어진 행동만 일삼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욕에는 특히 성과 관련된 것이 많다.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파안대소를 터뜨리게 하는 소중한 언어유산이다. 한국문원 발행, 1만2,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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