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역사의 자동차 전문그룹 기아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은 해당기업인 기아는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 나아가 국내 기업 전체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기아는 또 10대 그룹이면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한눈 팔지않고 수직계열화한 모범그룹으로 그동안 정부 대기업정책의 모델이었던 사실로 미루어 앞으로 정부의 대기업정책, 특히 선단식경영 해체라는 일관된 재벌정책에도 큰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기아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을 기아자동차만으로 국한시키면 오히려 전보다 낫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자금난때문에 어음이 돌지않아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 자금공급의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아의 적용은 기아만으로 국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장단기적으로 모두 득보다는 실이 크다.
특히 기아그룹이 한국경제와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사, 규모, 대외활동 등으로 미루어보면 국내 자동차사와 기업 전체적으로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기아그룹은 1944년 창립한 한국의 가장 오래된 자동차 간판기업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사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끝내 부도방지협약에 적용 된 것이다. 대외적으로 한국의 다른 자동차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기아의 추락 못지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그룹은 또 자산 14조6,000억원, 종업원 5만5,000명, 5,000여개의 협력사를 거느린 한국의 8대 그룹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도 재계랭킹 8위 그룹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대외적으로 한국기업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히 기아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민차 생산기업으로 선정돼 대대적인 투자를 했고 러시아에도 자동차회사를 세웠으며 폴란드에는 자동차공장을 착공해 놓고 있다. 이미 완공한 공장들의 가동에도 부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겠지만 진행중이거나 계획한 상태에 있는 사업들에 대한 외국 관계사들의 걱정은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막바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사는 물론 다른 기업들에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다. 기아의 어려움은 결국 한국의 자동차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되고 이는 또 「미꾸라지로 전락한 한국」이라는 외국의 비난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이종재·이재열 기자>이종재·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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