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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인간세상이 아니었다”/황원갑의 ‘비인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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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인간세상이 아니었다”/황원갑의 ‘비인간시대’

입력
1997.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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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과 5공 공권력의 폭력 직선적 고발/‘별유천지’‘연옥을 넘어서’ 등 3편의 중편 묶어 출간판소리 계통의 고대소설 「별주부전」에 「별유천지비인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지 위에 두견새는 불여귀로 화답하니 별유천지비인간이라」, 별세계가 있어 인간세상이 아닌듯 하다는 것이다.

작가 황원갑(52)씨에게 박정희, 전두환정권으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우리 현대사의 시절은 그러나 이와 정반대되는 의미에서 「별유천지」이자 「비인간시대」였다. 그가 등단 16년만에 내놓은 첫 창작집 「비인간시대」(제3문학사 발행)는 현대사의 대표적인 폭력에 대한 직선적 고발이다.

창작집에는 세 편의 중편 「별유천지」 「비인간시대」 「연옥을 넘어서」가 실려 있다.「별유천지」는 유신시대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고 사이비 종교집단의 마수에 걸려 고초를 겪는 한 사내의 이야기. 「비인간시대」는 80년 삼청교육대에서 자행됐던 공권력의 만행과 그를 겪는 인간의 고통과 치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연옥을 넘어서」는 77년 11월 강원 장성탄광에서 일어났던 갱내 화재사고를 다룬다.

작가는 이런 정치·사회적 폭력이 판치던 시대를 그대로 「연옥」으로 보고 있다. 그 시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회구성원들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코드는 공통적인 한가지, 전혀 예측하지 못할 때 닥쳐오는 『가자면 가는 거지』라는 말 한마디였다. 「별유천지」의 주인공 한명길(기업체 사보 편집자), 「비인간시대」의 주인공 한종달(기자)은 각각 『신분증이고 영장이고 개소리 집어치워, 이 새꺄! 빨리 가자면 가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어』, 『싸가지 없는 새끼! 지금이 어느 때라구 술이나 처먹고 겔겔거리고 댕기는 기여! 주민증 내놔 봐』라는 말에 끌려가는 신세들이다.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씨는 서울경제신문 문화레저부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작가에게 글이란 곧 칼이다. 잘못된 역사를 증언하고 해원과 상생을 통해 비인간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힘쓰자는 의미에서 이 소설들을 썼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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