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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대」시대의 부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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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대」시대의 부담(사설)

입력
1997.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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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 1903년 이 땅에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94년만이고 지난 85년 5월 100만대를 넘어선 후 12년만에 10배가 폭증한 것이다. 「1,000만대 돌파」로 우리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4.65명당 1대, 1.5가구당 1대가 됨으로써 세계에서 15번째로 「자동차 1,000만대 보유국가」가 됐고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마이카 붐이 일기 시작하던 70년대 후반만 해도 자동차 소유는 바로 잘 사는 것과 같은 의미로 통했으며 자동차가 틀림없는 문명의 이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자동차 1,000만대 시대의 개막은 경하해야 할 일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액면대로만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가 너무 많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27.6%씩 폭증한 자동차는 교통문제의 본질을 바꿔놓았다. 80년대까지의 수송수단 부족으로 인한 승차난을 90년부터는 자동차 폭증으로 인한 교통체증의 상시화로 소통난이란 더욱 어려운 난제를 몰고 왔다. 자동차 문화의 미정착 때문에 교통사고 다발과 사망자 과다로 인해 교통사고 후진국이란 불명예조차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자동차 교통사고로 1만2,653명이 사망했다.

자동차의 과다한 보유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비용과 손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만도 교통체증으로 교통혼잡 비용이 GNP의 3.6%인 14조700억원이나 됐고 매년 2조원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의 대기오염 물질의 81%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다. 자동차가 많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에게 인적·물적 손해와 함께 시간적·사회적·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강요한다. 자동차 「1,000만대 시대 개막」은 또 다른 부담과 더 많은 비용의 요구를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1,000만대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어물쩍하고 있다가는 12년후인 2009년 자동차는 2,000만대가 되고(건교부추정)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교통 체증으로 인해 자동차가 승차포기 속도인 10㎞도 못 달리는 시대, 그래서 자동차에 걸려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서둘러 시행할 것을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1,000만대 시대」의 교통 기본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 교통수요의 효율적 관리로 도시 교통의 원활화, 선진교통 문화정책, 자동차 관련제도의 개선으로 국민불편 해소책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지하철 등 교통시설 공급은 막대한 재원과 장기간 소요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무제한적인 자동차 소유에 어떤 형태든 제한을 하는 정책 도입을 구상해 볼 때라는 논의들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승용차 덜 소유하고 있는 차도 덜 굴리는 자제심을 발휘할 때가 왔다. 1,000만대 시대가 우리의 「자동차 인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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