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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자유화 이후의 변화/오용석(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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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자유화 이후의 변화/오용석(전문가 진단)

입력
1997.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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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예금 등 금리경쟁 소액예금주 대접받고 은행은 금리차익 줄어 군살 못빼면 자연도태91년 시작된 금리자유화의 긴 여정이 금번의 4단계 자유화조치로 거의 마무리 되고 있다. 일부 후발은행은 저축예금 등 수시입출식 단기예금의 금리인상을 신중히 고려중이나 대다수의 은행들은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종금, 투신 등 제2금융권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할 뿐이다.

명제(1) 봉급생활자 등 소액예금주도 이제는 대접받기 시작한다. 저축예금 등 단기예금의 금리가 인상되면 이 계좌로 급여가 이체되는 봉급생활자 등 다수의 소액예금주의 이자소득이 늘어나는 반면 은행은 이로 인해 엄청난 이자비용 증대 및 수익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그간 연 3%의 특혜적 규제금리로 은행이 누렸던 수혜가 점차 사라지고 뒤늦게나마 소액예금의 돈도 제값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단기 예금액이 7조원에 육박한다는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2%포인트만 상승해도 연간 1,400억원의 예금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명제(2) 은행은 단기예금금리를 대폭 올릴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진퇴유곡의 처지에 놓여있다. 저축예금 등의 금리(부대서비스 포함)가 제2금융권의 금리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대폭 인상될 경우 은행권의 박리다매형 수지개선이 가능할 수 있으나 이는 부실자산 과다 등 현재의 은행경영여건상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소폭 인상에 그친다면 은행권 전체의 예금 증대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은행계정 내부의 자금이체를 초래하거나 은행 상호간의 경쟁 격화 등으로 기존의 은행간 서열만 뒤흔들게 된다.

은행권 전체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 담합에 의해 아예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발은행과는 달리 단기예금 의존도가 미미한 후발은행의 경우 단기예금금리 인상이 별 부담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고 차제에 선도은행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결정적인 호기이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담합관계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봉급생활자 등 다수의 소액예금계층이 더 이상의 담합행위를 용납치 않을 것이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이나 소비자보호단체에 의한 외부적 감시가 이러한 여론을 배경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명제(3) 기업대출 등으로의 전가도 용이하지 않다. 단기예금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부담을 대출금리 상승을 통해 기업 등에 전가하는 것도 현재의 경쟁적인 대출시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설혹 일시적인 전가가 가능하더라도 점차 우량기업 등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은행의 주된 대출고객은 결국 고위험의 부실기업들로 뒤바뀌게 된다. 90년대초만 해도 외견상 호조를 보였던 제일은행이 주요 거래처인 부실 건설사 및 한보그룹 등의 부도로 지금 엄청난 경영위기에 직면한 것이 좋은 예이다. 오히려 우량대출처를 확보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상황이다.

(결) 4단계 금리자유화, 마침내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를 강요한다. 본시금리자유화 내지 무한경쟁상황은 예대마진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이를 통해은행 등 금융기관의 「군살빼기」를 강요한다. 성공적인 금리자유화로 이미 경쟁적인 금융질서를 구축한 구미선진국들도 예대마진 축소와 이에 따른 은행 부실화 및 도산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오래전에 지불했던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5년여의 우리나라 금리자유화가 오히려 일반은행의 예대마진 확대(은행감독원 은행경영통계:91년말 2.20%포인트에서 96년말 3.52%포인트로 증가)로 귀결되었음을 이제라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전문지들이 아직도 일본은행들을 체중만 한껏 불린 스모선수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까닭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금리자유화의 성공여부는 결국 예대마진의 축소정도에 의해서 판가름나는 것이다.

금번의 4단계 금리자유화야말로 은행의 단기예금금리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만약 금리 및 각종 수수료에 대한 은행권의 담합체제만 형성되지 않는다면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를 현실적으로 강요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수의 저비용·고효율 은행만이 예금금리 인상 및 대출금리 인하를 동시적으로 선도하고 감내하면서 다가오는 진정한 금리자유화 시대의 최종 승자로 부상할 것이다. 반면, 대다수의 여타은행들은 자산규모의 대소에는 관계없이 수동적인 추종은행으로 전락하는 운명을 겪을 것이다. 효율적인 경쟁시장의 균형예대금리 도달과정이 불가피하게 예대마진의 지속적인 축소를 강요할 것이고, 이 땅의 금리자유화도 어차피 소수의 부실은행을 희생양으로 삼은 후에야 그 뿌리가 굳건히 내려질 것이다.<종합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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