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총여신의 31% 14조원 달해… 종금사는 46∼49%나/태선 이자중단 사태,외환위기 확산땐 손실 불보듯태국 필리핀 등 「제2의 멕시코사태」가 우려되는 동남아 국가들에 제공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여신규모가 155억달러(한화 13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총여신의 3할이 넘는 것으로 이 지역 외환위기가 확산·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권의 연쇄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종금사들은 해외여신의 절반(46∼49%)가량을 동남아 국가에서 운용하고 있어 부실위험도가 한층 높은 상황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국내 은행 및 종금사들의 동남아지역 여신은 총 154억9,000만달러로 전체 해외여신(501억7,000만달러)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별로는 은행이 전체여신의 28.2%인 123억1,000만달러를 동남아국가에 제공했다. 그러나 종금사들은 동남아 여신비중이 ▲선발종금 46.3%(12억달러) ▲후발종금은 무려 49.4%(19억8,000만달러)에 달해 외환위기지역인 동남아에 대한 편중여신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외환위기의 진원지인 태국엔 29개 은행에서 36억8,000만달러, 21개 종금사에서 6억1,000만달러 등 50개 국내 금융기관에서 모두 42억9,000만달러(해외총여신의 8.6%)를 제공했다. 이중 도산우려가 높은 부동산개발업체 및 금융회사에 9억8,000만달러가 지원됐다.
태국에서 시작돼 「데킬라효과」(외환위기의 인접국 확산현상)를 타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중인 외환위기는 이처럼 이 지역에 거액·편중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금융기관들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태국 최대금융회사로 사실상 부도상황에 처한 「원(ONE) 금융회사」에 우리나라 15개 은행·종금·리스사들이 5,120만달러의 여신(담보대출 및 무담보환어음)을 제공했으나 이자지급기일인 지난달말까지 이자를 못받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국내 종금·리스사의 현지법인들 역시 이 회사의 무담보환어음을 3,000만∼5,000만달러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 정광현 자본시장부장은 『소액의 이자연체 외에 별다른 부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태국지역에 대한 신규대출은 현재 중단된 상태이며 기존 여신도 가급적 회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들은 동남아 외에도 위험지역에 대한 거액의 편중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종금사들은 현재 ▲동남아물 46∼49% ▲브래드본드 등 중남미물 17% ▲러시아물 5∼10% 등 해외여신의 70∼80%를 고위험성 투자물(High-Risk High-Return)에 집중하고 있어 부실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환위험을 줄이려면 여신포트폴리오 등 자산운용에 보다 유의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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