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라고 다 저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현대와 같이 각박한 생활현실속에서 웃음으로 활력소를 주는 그런 긍정적인 내용의 희극이 더 많다. 무성영화시대를 살다간 불세출의 명우 찰리 채플린의 팬터마임같은 몸짓연기에 많은 사람들은 울고 웃고했다. 분명 코미디에도 격이 있다. 과연 누가 채플린의 연기를 보고 저질코미디 운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요즘 신한국당 경선을 풍자·비판하는 말 가운데는 경선모습을 한편의 「코미디」라고 묘사는 하되, 꼭 접두어에 「저질」이라는 말을 붙인다.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축제의 장이 왜 한편의 저질코미디로 비하돼야 하는 걸까. ◆우선 무엇 때문인지 후보자간 토론회가 성사 안되고 있다. 반대 이유란 경선차원에서 상처를 입게 되면 본선에서 치명상이 될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경선에서 가려진 것이 본선에서도 가려지리라는 생각은 천만의 말씀이다. 차라리 경선과정에서 드러낼 것은 드러내면 다소 시련을 겪더라도 면역성을 키울 수가 있을 것이다. 후보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후보간의 토론이 제격일 것 같다. ◆더욱 혼란스런 것은 대구에서 「근대화를 이룩해 낸 지도자」로 부활했던 박정희가 이틀뒤 부산에서는 「유신독재자」로 다시 매도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대의원뿐만 아니라 유권자들까지 어지럼병에 걸릴 지경이다. 여기다가 금품매수설까지, 신한국당의 경선모습이 한편의 저질코미디라는 세평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