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거절하자 부산호텔 찾아와/“손씨 「특사」 정치적 복선” 분석도/금품설이어 경선 최악의 혼탁상황으로신한국당 경선가도에서 금품살포설에 이어 후보사퇴 압력문제가 쟁점화하며 경선을 최악의 혼탁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찬종 후보는 14일 전주 합동연설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회창 후보측이 나에게 후보직 사퇴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이후보측이 사퇴의 대가로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후보진영의 박성범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사퇴종용이나 압박이 있었다면 누가, 언제, 무슨 내용으로 그같은 회유를 했는지 밝히라』고 맞받아쳤다.
사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박후보에 대한 이후보측의 연대모색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박후보의 「반발」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후보측이 박후보의 경기고 동문들을 통해 『이번에는 선배인 이후보에게 양보하고 「차기」를 기약하는 게 좋겠다』며 박후보를 집요하게 설득해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이후보의 측근이자 박후보의 경기고 동기인 A변호사 등이 박후보를 접촉했고 S·H의원, C특보와 이후보진영 외곽의 C전의원 등이 역할을 분담, 박후보의 참모들을 집요하게 공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후보의 일부 측근은 이후보측의 연대제의에 동조, 박후보의 「결단」을 건의하는 등 이후보측의 설득작업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이들중 박후보의 핵심참모인 L변호사는 박후보의 부인인 정기호씨에게까지 박후보의 마음을 돌려줄 것을 권유했다가 면박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후보가 이날 공개적으로 반발한 직접적 원인은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가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킬 조짐이다. 보다 직설적이고 「불쾌한」 이후보측의 제안, 회유성 압력이 가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5·6공 정권에서 정부 주요기관의 고위직을 역임한 손모씨의 막후 역할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박후보의 경기고 후배이자 박후보가 신정당후보로 출마한 92년 14대 대선 당시에도 박후보와 「일정한 인연」을 맺은 손씨가 박후보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말부터 박후보에게 몇차례 전화를 걸어 만날 것을 제안했으며 박후보의 계속적인 거절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호텔방으로 불쑥 찾아가 박후보를 면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면담할 당시 호텔방에서 박후보가 『허튼소리 말라』고 목소리를 높혔다는 박후보 측근의 전언은 여러가지를 시사하게 한다. 이후보측이 박후보의 사퇴 및 연대종용의 특사로 굳이 손씨를 선택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복선을 깔았을 것이라는게 정치분석가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6공말의 「인연」을 배경에 두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손씨가 박후보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제의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박후보는 손씨의 접근 자체를 사실상 이후보측의 사퇴압력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는 박후보가 이후보의 금품살포설을 전격 제기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로 인한 「감정적 앙금」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어쨌든 이같은 저간의 사정이 공개될 경우 당내에는 적지않은 파문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보와 박후보 두사람이 모두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후보직 사퇴압력 공방은 이런 점에서 금품살포설에 이어 경선가도에 회오리를 몰고올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이 될 것이 확실하다.<이영성·김광덕 기자>이영성·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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