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액션 등 가미와 중성화세태 맞물려 순정소년 장르파괴/‘폭력성 탈피’ 평가속 지나친 ‘현실도피’ 우려남학생도 순정만화를 좋아한다.
비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소녀들을 사로잡았던 순정만화가 최근 다양한 소재와 인물을 다루면서 남학생들까지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남학생 대상의 소년만화에서 느낄 수 없는 꼼꼼한 심리묘사와 멜로적 성격에 재미를 느껴 순정만화를 사거나 빌려보는 적극적 독자가 있는가 하면 여자형제가 빌려온 만화를 함께 읽는 숨은 독자도 상당하다. 만화의 폭력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부모님의 따가운 눈길을 피해 대안으로 순정만화를 집어드는 남학생도 적지 않다.
순정만화 전문잡지 「윙크」에 따르면 한달 200통 가량 독자카드를 보내는 적극적인 팬 가운데 5%가량은 남학생들이다.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김태환(고3·대구 남구 봉덕동)군은 『요즘 순정만화는 남녀공학을 배경으로 하거나 남자주인공이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내용도 공감할 만한 것이 많아 좋다』고 말한다. 『여학생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순정만화를 보게 됐다』는 정지훈(고1·울산시 남구 야음동)군은 『만화를 통해 여학생의 심리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요즘 인기있는 순정만화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잘 이해된다. 황미나의 「레드문」은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왕국간의 갈등과 사랑을, 「굿바이 미스터블랙」은 누명을 쓴 귀족의 복수극을 그렸다. 유시진의 「마니」는 외계별의 권력승계를 둘러싼 쟁탈전을 그렸으며 강경옥의 「별빛속에」는 지구의 평범한 여학생이 우주 왕국의 재난을 구한다는 줄거리이다. 이들 작품에는 남학생이 좋아함직한 공상과학 액션 마술 등이 큰 역할을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모습도 달라졌다. 유시진의 「쿨핫」은 대학진학을 고민하는 씩씩한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체격도 늠름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주인공은 눈이 크고 팔다리가 호리호리한 예전의 순정만화 주인공과는 딴판이다. 이강주의 「네멋대로 해라」에서는 아예 남학생들이 주인공이 돼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자매의 뒤바뀐 운명과 갈등을 그린 「유리의 성」, 고아지만 착한 성품으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캔디」 등 이전의 순정만화와는 차이가 많다. 여전한 공통점이라면 커다란 눈과 길고 부풀부풀한 머리카락, 지나치게 늘씬한 체격 등 그림의 특성뿐이다.
80년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황미나씨는 『요즘 여학생과 남학생의 기호가 서로 중복되는 등 중성화하면서 만화에서도 순정만화와 소년만화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대표적인 순정만화작가인 그는 요즘 남학생 대상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에 「무영여객」 「슈퍼트리오」 등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는 『일본만화의 영향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는 순정만화에 남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만화의 폭력적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청소년만화모니터 활동을 하는 서울흥사단의 이영일간사는 『순정만화는 여전히 비현실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현실도피책으로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만화 유익하게 보는 법◁
만화를 좋아하는 자녀에게서 만화책을 뺏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만화도 잘 읽으면 좋은 책 못지 않다. 서울흥사단이 제시하는 「좋은 만화 유익하게 읽는 법」을 소개한다.
▲참고자료를 찾아본다.
역사만화책에서는 복식 건축 역사적 사실 등을, 과학만화에서는 재미있는 과학원리 등을 배울수 있다. 만화를 읽다가 의문점이 생기면 즉시 관련서적을 찾아보는 습관을 기르자.
▲감동받은 대목이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메모하자
좋은 만화는 책처럼 흘려버리기 아까운 명언이나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서부터 지금까지 찾아보자
마음에 드는 작가라면 작가의 그림체와 의식변화 등을 탐구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주변 사람에게 권해주자
좋은 만화라면 함께 읽고 자신의 감상을 토론해보자.<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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