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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소중한 아이들/로버트 할리 국제변호사(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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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소중한 아이들/로버트 할리 국제변호사(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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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여러가지 활동을 해왔다. 로타리클럽회장도 했고 부산 미 상공회의소회장도 했으며 지금은 변호사와 방송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그런데 이 모든 역할이 나한테 깊은 의미로 다가서지 않는다. 많은 역할중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애들의 아빠」라는 역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 세상의 가치 등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재산중 가장 값어치있고 소중한 것도 내 자식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이다. 어렸을땐 그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아들 3명을 둔 아빠다. 큰놈 제선(라비)이는 아주 감동적인 아이다. 불평도 많이 하지만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둘째 제욱(케빈)이는 장난이 심하고 항상 웃는 아이다. 그러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막내 제익(브래드)이는 고집 센 아이지만 사랑이 넘친다.

아들놈들은 지금 여름방학을 이용해 내가 컸던 미국 집에서 생활하며 여름학교를 다니고 있다. 몇주전 나는 직장일 때문에 혼자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공항에서 가족과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시간이 없었다. 어머니와 아내, 아들들에게 뽀뽀를 해주고 아버지랑은 악수로 인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신이 없어서 어머니랑 악수를, 아버지랑 뽀뽀를 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너무 놀라서 웃으며 나한테도 뽀뽀를 해주셨다. 아쉬운 작별을 마치고 탑승구로 뛰어들어가는 순간 뒤에서 집사람이 『제선 아빠!』라고 불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래 난 제선이 아빠다. 뒤를 돌아보니 큰아들놈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을 참으며 제선이에게 달려가 안아주며 울지 말라고 달랬다. 시간이 돼 할 수 없이 제선이를 내려놓고 비행기를 탔다. 한국으로 오는 동안 내 마음속에는 아들놈들 뿐이었다.

이젠 3주만 지나면 그리운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미국에 전화 걸 때마다 아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려고 다툰다. 그저껜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막내인 제익이를 데리고 농장에 가서 일을 하셨다고 한다. 세살밖에 안된 제익이는 처음부터 할아버지랑 똑같이 하려고 했다. 모자도 똑같이 쓰고 모든 것을 똑같이 했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잔디밭에 앉아 쉬려고 하자 제익이도 따라가서 똑같이 앉아서 쉬더란다. 아버지는 당신을 따라 하는 손자를 보며 너무나 좋았다며 흐뭇해 하셨다. 아버지의 마음이 나랑 비슷한 것 같다.<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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