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험에 논술이 들어가고부터 글쓰기가 엄마들의 또 하나의 근심이 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미국아이나 다름없던 큰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글을 쓰게 하느라고 무척 애를 썼다. 일일이 가르쳐 주지 않으면 「꽃」을 「ㄲ ㅗ ㅊ」으로 쓰는가 하면 발음도 「꼬츠」라고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아이에게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내가 아이의 비서가 되기로 했다. 말은 잘 하지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많은 아이들에게 써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혼자 쓰게 했다면 「농장에 갔다. 왔다」를 삐뚤삐뚤 한 줄 쓰고 말 것을 비서가 쓰니까 아이는 사장처럼 기대앉아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오늘 농장에 가서 소가 새끼를 낳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끼가 처음에는 파란 색이다가…』 한참 말하다 『엄마, 농부 아줌마가 사탕 두 바구니 가져와 던져줄때 「훠이 훠이」소리 낸것 썼어요?』 수정도 하고 어떤 것은 영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바꾸어주니까 아주 구체적인 표현들을 많이 했다. 표현력이 부족할 때는 가끔 『왜?』 『어떻게?』 간단히만 물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표현을 찾는다. 제대로 읽을 줄도 모르니까 다 쓴뒤 내가 읽어주면 놀라운 제(?) 글솜씨에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다. 8, 9살이 되었을 때는 내가 한 줄씩 띄어받아 써놓으면 아이가 그 밑에 다시 한번 정서를 했다. 일기의 내용도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나오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 닭 뼈의 개수에 관해 쓰기도 했다. 한국에 온 뒤 날마다 숙제로 일기를 썼는데 철자법은 엉망이었지만 자유로운 글쓰기는 문제없었다. 방학숙제로 아문센의 전기를 읽고 쓴 독후감, 우리 아이것은 뽑히지 않았지만 자랑스러웠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남극을 정복한 냉정한 아문센이 싫다. 개를 돌보다 뒤처진 2등짜리 스코트가 감동적이다』라고 썼기 때문이다. 위인이라도 무조건 존경할 필요가 없고 싫으면 그 이유를 쓰면 좋은 독후감이 된다는 엄마의 말을 아들은 믿어주었다.글쓰기! 소재나 기술에 집착하지 말고 우선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자.<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옥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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