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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여대생/“여름방학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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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여대생/“여름방학 그게 뭐죠”

입력
199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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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다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컴퓨터·어학 배우고 현장실습/고달픈 몸도 몸이지만 더 힘든 건 취업 불안감서울 D여대 보건관리학과 4학년 노지혜(23)씨. 아침 7시30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 서울 서대문구 적십자병원에 도착하면 대략 8시30분. 병원 지하 1층 의무기록실에서 먼지투성이 환자기록카드와 차트, 의료연구용 기록들을 정리하느라 하루종일 씨름을 벌인다. 병원실습을 나온 지 일주일째, 직원들의 자상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일을 끝내는 하오 4시께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된다. 하지만 정작 힘든 건 몸이 아니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다. 자격증을 따더라도 취업을 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올해 졸업한 같은 과 선배 40명중 정작 병원에 취직한 것은 고작 2명에 그쳤다.

모든 젊은이가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한껏 여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의 여름방학은 고달프다.

몇 달 뒤면 냉혹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학생에 비해 아무래도 취업문이 훨씬 좁은 여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심신이 힘들다. 웬만한 기업에는 원서를 내기조차 주저되는 게 현실. 그래서 이들에게 여름방학은 취업을 위한 예비전장이다. 컴퓨터와 어학 등 실무능력을 보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활용하거나 희망직종과 관련된 실습에 참가, 조금이라도 취업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노씨와 같은 과 양승란(22)씨는 10월 초에 있을 9급 보건직공무원시험을 위해 손때 묻은 병리학, 질병분류학 등 전공책과 씨름하고 있다. 양씨의 희망도 의무기록사가 되는 것이지만 바늘구멍에 희망을 걸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다. 전공을 못살리고 보습학원 강사 등으로 취업하는 선배들을 보면 힘이 쭉 빠진다. 양씨는 『방학을 하자마자 심기일전한다는 각오로 완도 등을 돌아 2박3일 여행을 다녀왔지만 마음은 내내 편하지 않았다』며 『다만 전공 특성상 타직종에 비해 성차별이 덜해 다소 위안은 된다』고 말했다.

S여대 체육학과 4년 조은영(23)씨는 최근 삼성그룹 직원 대상 스포츠·건강 자문업체인 「웰니스 클리닉(운동처방실)」에 원서를 냈다. 경쟁률 은 무려 10:1. 조씨는 운동처방사(스포츠닥터)가 되기 위해 대학 입학직후부터 헬스, 에어로빅, 수영, 스포츠맛사지, 스킨스쿠버, 게이트볼 등 7∼8종의 운동강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했다. 한 종목 강사자격증 취득에만 2∼4개월이 걸린다.

전국대학에어로빅대회에서 상위입상 경력이 있는 조씨는 취업에 유리하다는 주위사람들의 권유로 이번 여름 방학하자마자 서울 노원구의 한 레저센터에서 주부대상 에어로빅 강사를 맡았다. 상오에는 강남의 K어학원에서 영어회화도 배운다.

조씨는 『건강과 레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직장 구하기가 다른 전공학생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며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직장을 갖기 위해서는 한 시도 놀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영(25·S대 산업디자인4)씨는 이번 방학동안 컴퓨터를 정복키로 했다. 모 건설회사 팸플릿제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매킨토시 3차원 화상제작과 애니메이션 공부에 여념이 없다. 김양의 희망직종은 백화점이나 의류업체의 디스플레이어. 김양은 『아르바이트는 내달 말께 끝나지만 올 여름에는 피서를 갈 여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주 학교 근처 유치원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손현주(21·D대 아동4)씨는 『보수도 없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지만 학과 동기 50명중 거의 대부분이 실습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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