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헬스클럽·컴퓨터방 등 신종업종도 잇달아 등장/관련의류·용품시장은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업계에서는 영·유아 관련 산업을 천진난만한, 천사같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에인절(ANGEL)산업」이라고 부른다. 현재 국내 에인절산업은 가히 황금기다.
「내 아이는 남부럽지 않게 키워야 한다」는 부모들의 강박관념과 이를 부추기는 상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어우러진 결과다. 의류 완구 식품 등 전형적 유아용품 시장 외에 영·유아를 위한 신종 사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각종 전문 학원과 방문 과외 및 학습교재도 조기교육 바람을 타고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유아 관련 의류·용품 등은 80년대 후반들어 고가의 유명브랜드 제품이 신세대 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91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졌다. 시장규모는 수입개방과 수입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의 참여로 더욱 커지고 있다. 신종 에인절 업종도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유아전문 비디오대여점, 유아용 컴퓨터방, 동화책방, 어린이 전용 사진관, 어린이 전용 헬스클럽·수영장 등은 국내 3차산업을 성인용과 유아용으로 양분할 정도로 시장이 커져 왔다.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도 성인용과 맞먹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요람부터 과외를…」이란 자조섞인 말이 유행할 정도로 영·유아 교육시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만 2세미만의 영아를 위한 방문학습지도, 생후 6개월부터 접수를 받는 영아수영강습, 아이의 감각발달을 통해 지능개발을 꾀한다는 감각교육학원 등이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아래 영아교육산업으로 단단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취학전 아동을 겨냥한 각종 어학원, 예능 실기학원, 학습 유아원 등도 꾸준히 고속성장하고 있다.
교육시장을 포함한 에인절산업이 이처럼 번창한 데는 대부분 가정의 자녀수가 1, 2명으로 줄어든 데다 젊은 부모들의 왜곡된 자녀 경쟁욕이 한몫했다.
『최고로 키워야 한다. 일단 시켜놓아야 한다』는 최고주의에다 『다른 가정도 하는데 우리 애만 안시키면 뒤떨어진다』는 왜곡된 의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어 비용이 비싸도 아랑곳 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 게다가 이런 열기에 편승해 「재미」를 보려는 얄팍한 상혼도 「고비용 육아구조」를 부추기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비용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학원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금액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원이나 출판사 측은 갖은 선전으로 유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저마다 유아교육의 메카라고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급증하자 전문적인 교육시스템에 대한 검증 절차없이 해외 유아교육기관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사이비 학원도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많은 주부들이 교육비가 비싸거나 조기교육의 효과여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그저 『남이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고비용 에인절산업의 배후세력이 되고 있다. 껍질만 천사인 에인절산업. 우리나라 영·유아산업의 한 단면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수입브랜드가 과소비의 주범/원피스 한벌에 20만원 등 평균마진 320% 국산의 7배/분유·완구까지 외제선호 확산
강남 모백화점 영·유아용품 전문 매장. 수요가 늘다보니 한 층을 아예 어린이 전용으로 꾸몄다. 입구에서부터 「이오떼」 「오시코시」 「베이비게스」 등 값비싼 수입브랜드 제품과 직수입품 매장 간판 30여개가 늘어서 있다.
넥타이 1만8,000원에 반바지 4만7,000원. 7만5,000원짜리 스커트에 19만8,000원짜리 원피스가 보기좋게 걸려있고 옆에는 8만5,000원짜리 티셔츠가 전시돼 있다. 정장은 상하의 합쳐 19만2,000원. 성인복 가격과 구분이 안갈 정도다. 10만8,000원하는 수영복과 장당 5,000원인 속옷, 5,000원짜리 양말과 2만7,000원짜리 봉제인형도 젊은 부모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국산 브랜드는 구석자리에 3개의 매장이 있었지만 세일기간인데도 한산했다. 가격이 외산이나 수입브랜드보다 싼데도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나마 이 백화점에는 국산 브랜드 매장이 있지만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국산 유아용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부 메이커는 자사 제품이 외면당하자 외산수입에 앞장서는가 하면 어떤 업체는 아예 성인복 브랜드에다 「베이비(BABY)」 「보이스(BOYS)」 등의 이름을 붙여 수입품처럼 둔갑시키기도 한다. 정작 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외국브랜드의 영·유아 의류도 있는데 물론 국내 업자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유아시장은 국산브랜드군과 수입브랜드, 직수입품군이 시장을 3분하고 있지만 이중 순수 국산품이 점점 외면을 받고 있는데다 재래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저가제품은 90년대 들어 급격한 감소추세다.
수입 영·유아용품의 평균 유통마진율은 320%로 원가의 4배가량. 43%에 이르는 국산에 비하면 7.4배나 된다. 하지만 젊은 부모들의 수입품 선호는 의류와 용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분유 이유식 등의 먹거리와 완구류에까지 퍼져있다. 960㎖ 캔 6개들이 1상자에 4만원으로 국산에 비해 8배 가량 비싼 미제분유도 불티나게 팔린다. 3, 4년전 부터 미군 매점(PX) 등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 국내시장을 3%정도 차지했던 외국산 조제분유는 지난해 12월 정식 시판이 허용된 후 점유율을 두배 이상 늘렸다. 이밖에 완구류도 수입이 대폭 늘고 있다. 86년 17만6,000달러(1억4,000만원)였던 완구수입액이 지난해에는 150배인 2,655만3,000달러(212억4,000만원)로 급증했고 그중 퍼즐류가 10년전에 비해 450배 가량 폭증한 500만달러(4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영·유아용품 수입액은 3억∼4억달러(2,400억∼3,2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젊은층의 외제 선호사상이 왜곡된 자녀사랑표현과 어우러져 우리나라를 영·유아 수입품 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남매 둔 사이토 히로코씨/친정 일본이 양육비 덜들어요
6살 남자 아이와 두살배기 여자 아이를 둔 사이토 히로코(제등호자·34)씨는 한국인 남편과 함께 94년말 입국했다.
그는 전업주부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아이들 성장과정과 교육이 일본과 너무 달라 크게 놀랐다. 우선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다 그나마 드문드문 있는 작은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모습은 드물었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 놀 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보통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시키는데 한국은 「최고」를 만들려는 교육을 시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교육비는 많이 들고 아이들도 자유롭게 놀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거지요.』 일본의 조기교육 체계는 우리와 딴판이다. 보육원과 유치원 등 취학전 교육기관은 모두 사립과 공립으로 구분된다. 언어와 글자 공부를 시키기도 하지만 우선은 예절과 질서를 가르치고 놀이와 운동위주의 자유시간을 많이 준다. 비용은 공립은 1만엔(약 8만원), 사립은 2만∼5만엔 정도가 들어가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정산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저소득자는 무료에 가깝다.
음악 미술 컴퓨터 등의 과외학습은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시키는게 대부분이고 가격도 6,000∼7,000엔(약 4만8,000∼5만6,000원)정도여서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학습지나 비디오테이프 등도 상대적으로 싸다. 중요한 것은 취학전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라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떨어져 기죽는 일이 없다. 학교 교육 자체가 놀이 위주의 교육이어서 아이들이 성적에 주눅들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이토씨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낄까 봐 올해부터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비싼 옷값. 『일본에는 유아복 중고시장이 보편화했어요. 유아복이란 대개 한계절만 입으면 다시 못입어 중고시장에 나온 옷도 새옷과 다름없어요. 또 굳이 비싼 브랜드 제품이 아니더라도 슈퍼마켓이나 할인매장에 가면 얼마든지 싼 값에 좋은 품질의 옷을 사 입힐 수가 있는데 한국은 시장옷과 백화점 옷의 품질과 가격차이가 너무 커요』 그는 1년에 한번씩 일본에 갈 때마다 아동의류와 용품, 완구 등을 잔뜩 짊어지고 온다. 그편이 오히려 싸다. 육아 고비용구조에 따른 고육책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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