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이어 비 페소화도 급락 외환거래 잠정중단/말련·인니도 국제환투기꾼 다음표적 ‘비상’「멕시코의 악몽」이 동남아를 위협하고 있다.
이달초 태국의 변동환율제 도입에 이어 11일 필리핀이 환율변동폭 확대조치를 취하면서 동남아 지역에 금융위기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필리핀의 이같은 조치 직후 페소화는 달러당 26.40에서 29.45로 11.6%나 급락했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은 다음주초까지 외환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7%에 달하는 등 경제구조가 취약한 필리핀은 바트화의 평가절하 이후 환투기꾼들의 다음 공격대상으로 꼽혀왔다. 필리핀은 그동안 보유 달러를 팔고 단기금리를 32%까지 올리는 등 페소화 방어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역부족이었다.
태국에 이어 필리핀마저 시장압력에 굴복하자 동남아 전역에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변동환율제 도입 직후 급락하다 안정세를 찾았던 태국의 바트화가 전날 달러당 29.01∼29.20에서 11일 30.30∼30.65로 떨어졌다. 환투기꾼들의 다음 표적으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링기트, 루피아화도 급속한 하락세를 보였다. 외환시장 불안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인도네시아는 대형주들이 하락을 주도, 종합주가지수가 5.735포인트 떨어진 723.416을 기록했다. 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20.78포인트 하락한 628.55포인트에 폐장됐다.
이같은 금융위기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중남미를 휩쓸었던 95년 멕시코 금융위기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역경제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제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직은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동남아 경제가 비교적 탄탄한데다 멕시코사태와는 달리 각국 통화의 하락이 경제난에 직접 기인하기 보다 환율제도의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혼란은 있겠지만 오히려 경제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과연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순항할지 주목된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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