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편승·흠집내기·금품시비 등/“이기고 보자” 행태에 경선후유증 예고지난 5일부터 시작된 신한국당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12일 제주도를 기점으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연설회는 당초 정치사상 미증유의 이벤트로 당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으나, 그동안 진행상황은 후보들의 온갖 구태와 시비로 얼룩져 한마디로 실망스런 수준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후보들은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무책임한 인기발언과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았고, 타지역 당원과 대학생들까지 박수부대로 동원, 과열·혼탁양상을 조장하면서 금품선거 시비를 낳고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지구당위원장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대의원단속」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후보는 경선결과 불복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경선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연설회는 지역감정 조장경쟁으로 막이 올랐다. 첫 연설회가 열린 경기도에서 「정치 들러리론」이 제기되더니 다음날 강원도에서는 「강원 푸대접론」이 등장했다. 한 후보는 심지어 『양반의 고장인 충청도가 95년 지방선거에서 「핫바지」를 벗어던진 만큼 강원도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도민들의 「소외감」을 자극했다. 「영남후보 필승론」 「호남후보론」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이어 김영삼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놓고 속보이는 인기영합 발언이 속출했다. 대다수 후보들은 대구에서 박 전대통령을 치켜세워 현지의 「박정희 신드롬」에 편승하더니, 광주·전남 유세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유신독재자 박정희」로 비판하는 등 표심을 얻기위한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부산에서는 김대통령의 후광을 업기위해 너도나도 문민정부의 개혁을 칭송하고 개혁계승과 완성을 다짐했으나 공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아예 외면했다는 비판을 사고있다.
후보들은 지역별로 무수한 「장밋빛 공약」을 내세웠지만 상당부분이 당의 기존 공약을 재탕한 것이거나 실현성이 의심되는 무책임한 내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일부 후보가 위천공단 조성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문제는 부산과 대구의 힘겨루기로 정부가 몇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안임에도 두 지역의 갈등을 해결할 구체적 추진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함께 이들 후보는 부산에서는 이에대한 언급을 일체 회피해 빈축을 샀다.
연설회장 주변에는 후보들이 동원한 당원·대학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가 즐비하고, 음식점은 연설회에 앞서 「행동통일」을 다짐하는 대의원들로 항상 만원이었다. 나아가 일부 후보는 인근 시도의 지지자 수백명을 연설회장 안팎에 포진시켜 분위기장악을 시도하는 구태도 서슴지 않았다.
당선관위의 강력한 제재덕분에 연설에서 후보간 직접 비방사례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정치보복 문제를 둘러싼 공방 등 경쟁자에 대한 상처내기 행태는 적지않았다.<제주=유성식 기자>제주=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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