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북한전문가/북의 적화전략 확인 귀중한 자료북한에서 한번쯤 전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퍼져있고, 남한 내부붕괴 와해작업과 무력남침을 결합한다는 북한 적화전략을 확인해준 황장엽씨의 증언은 귀중한 대북전략 기초자료이다.
아쉬운 점은 황씨가 핵무기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누구로부터 핵무기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는 등의 비교적 객관적인 진술을 기대했다. 또 북한의 전쟁도발이 붕괴직전의 「마지막 발악」차원인지, 아니면 대남적화노선에 따른 남침인지 분명하지 않다. 마지막 발악이라면 승산없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지만 적화노선에 따른 전쟁이라면 승산있는 전쟁을 감행한다는 의미여서 이점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황씨의 망명동기는 그리 명확하지 못하다. 북한사회의 거물인 황씨가 김정일의 질책때문에 망명을 결행하게 됐다는 것 등의 동기는 아무래도 명쾌하지 못하다.
「60년대이후부터 마르크시즘과 주체사상을 버리고 인본주의자였다」는 황씨의 진술은 약간 감상주의적이다. 황씨는 북한노동당의 사상담당 비서 출신이다.
◎송영대 민족통일중앙협의회의장/‘황파일’ 공정수사로 진상 밝혀야
황장엽씨의 기자회견과 조사결과발표는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한정보를 재확인하거나 보완한 수준으로 전개됐다. 우리는 황씨가 북한의 전쟁도발문제를 서방측의 사고방식이 아닌 평양측의 독특한 사고와 잣대로 설명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우리처럼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않고 특정한 사고나 정책을 설정하면 그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황장엽리스트와 관련, 황씨는 득문한 북한의 대남 공작사항과 북한과 접촉했던 국내외 인물들에 대해 진술했다. 정부는 황씨 진술에 기초, 공정한 수사를 통해 하루속히 진상을 발표해야 한다.
북한핵무기문제에 관한 황씨의 진술은 기대 이하였다. 황씨는 통일방법과 관련, 통일보다 평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한반도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전쟁억지를 통한 평화정착 이후의 통일추진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점이 있어 설명이 요구된다. 전체적으로 황씨의 발언은 김정일정권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시켜주고 우리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북 개방 거부’ 우리분석과 일치
황장엽씨의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원치 않는다』는 진술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 북한에서 말하는 개혁·개방은 자본주의식 시장개방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주체사상을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나진·선봉지역 등 부분적인 개방을 의미한다. 황씨가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페레스트로이카식의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고, 중국에 한 축을 내딛고 있다는 황씨의 북한 대외정책분석은 올바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외교 비중은 미국이 70%라면 중국이 20%이고, 일본은 10%이다.
그러나 황씨의 기자회견 및 조사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망명을 합리화하기 위해 과장했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남침준비부분은 평소 철저히 준비하고 감시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와 언론이 「서울이 5분내에 불바다가 된다」는 식으로 떠들어 긴장국면을 조성해서는 안된다.
◎장명순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쟁준비 증언 군사적 가치 적어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에 대한 황장엽씨의 증언은 일반적인 우리의 안보태세나 대북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유의할 만하다. 그러나 전술적 차원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지어진 부분까지 있어 군사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선 남북한 모두 전쟁이 벌어지면 변전소·유류저장소·급수시설 등 적의 급소, 즉 전략목표를 타격 한다. 최소한의 공격으로 적의 혼란과 반격을 무력화하는 것이 현대 군사전략의 원칙이다.
한국전때 우리의 저항이 거의 없었는데도 북한군이 서울에 진주하는데 3일이 걸렸다. 서울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고 미군이 증원되기 전에 부산까지 진격한다는 증언은 북한의 전쟁계획이 아닌 전쟁의지를 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인간어뢰와 자살특공대로 미국의 항공모함·순양함이 공격받을 가능성도 미국 항모전단 등의 방어력을 고려할 때 거의 없다. 성공한다면 우연인데 우연을 전제로 전략을 수립하는 군은 없다.
황씨는 미군이 피해를 입으면 미국에 반전여론이 조성될 것 이라고 주장했으나, 무력집단인 군이 다쳤을 때 미국내 여론은 반전이 아닌 확전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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