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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없는 금융개혁/정희경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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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없는 금융개혁/정희경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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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은행의 명칭을 「한국중앙은행」으로 바꾼다고 한다. 한은법을 폐지하고 중앙은행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지 한달여 만이다. 『금융통화위원회와 한은을 인위적으로 분리한다는 오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그렇다면 굳이 「중앙」을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당초 금통위가 한은의 상위기구라는 법적지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중앙은행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는데 10일 발표된 정부수정안에서는 금통위가 한은의 내부기구가 되기 때문이다. 입법작업도 「중앙은행법 제정」에서 「한은법 개정」으로 단순해졌다.

한은의 명칭변경은 명분에 집착, 원칙을 잃어버린 금융개혁의 한 단면이다. 『중앙은행제도 개편문제는 결론을 낼 때가 됐고 우리가 합의한 이상 수정은 없다』던 강경식 부총리 등은 경제계 원로들도 반대하자 「당정협의」를 빌미로, 「해석상 오해를 피한다」는 이유를 달아 대통령재가까지 받은 정부안을 수정했다. 이러한 「말 바꾸기」는 밀실결정의 잘못에 대한 인정이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정부는 한은총재가 금통위의장을 맡는 등 중앙은행제도가 달라진다고 하지만 현행과 골격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한은이 중앙은행인 이상 「중앙」을 넣는 것은 동어반복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때문에 「중앙」을 고집하는 것은 명분의 집착으로만 비춰진다.

한은 명칭이 달라지면 10원짜리부터 1만원권까지 화폐의 발행주체를 변경해야 한다. 한은의 각종 문서는 물론 영문표기도 「BANK OF KOREA」에서 「CENTRAL BANK OF KOREA」로 바꾸어야 할 지 모른다. 몸이 달라졌으면 옷도 고쳐 입어야 하지만 새 옷을 입는다고 해서 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제라도 어떤 옷을 입을까보다는 몸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를 따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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