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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바깥일 구분없어요”/제4회 평등부부상 김진호·이옥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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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바깥일 구분없어요”/제4회 평등부부상 김진호·이옥순 부부

입력
1997.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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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서 축산 17년째/부녀회장 맡은 아내위해 남편이 가사일 분담/평등이 금실보다 힘들어요충남 청양군 화성면에서 양계업을 하는 김진호(44) 이옥순(41) 부부는 이 마을에서 「유별난 부부」로 꼽힌다. 양계장을 짓고 닭에게 사료를 주는 힘든 일을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마실가 늦게 귀가하는 아내 대신 남편이 밥을 짓고 청소를 하는 것은 쉽게 볼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 김씨의 엄살에 따르면 아내는 새마을 부녀회장을 맡아 마을행사며 군행사까지 좇아다니느라 1년이면 100일은 집에 늦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남편은 「도와줬다」고 생색내지 않는다.

또 빚대출이나 자녀진학 등 집안일들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재산관리도 함께 한다. 지난해 부업으로 지렁이양식을 시작하면서 남편은 아예 통장하나를 아내에게 줘버렸다. 무의탁노인이나 청소년가장 등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에다 판공비 없는 감투때문에 돈 쓸데가 많은 아내를 위해 지렁이양식으로 나오는 수입을 전적으로 맡긴 것이다.

『두 사람 금실이 좋아서 그런게지』라는 주위의 놀림 섞인 부러움에 두사람은 『부부가 서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은 그냥 사이좋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대답한다.

김씨는 『며칠전 장마로 양계장 하나가 반쯤 무너졌을때 닭들을 옮기고 새로 양계장을 세우는 일을 둘이서 다 했죠. 그러니 내가 집안일하는게 칭찬받을 거리가 되나요』라고 말한다. 「안일 바깥일 구분이 없는게 시골살림이니 남편일 아내일도 공평하게 나눠 해야 한다」는게 이 부부의 생활철학이다.

김씨가 처음부터 아내를 존중해줬던 것은 아니다. 천성이 착하고 자상한 편이긴 하지만 남자는 여자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느 남자와 다를바 없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만난 두사람은 「목장을 하고 싶다」는 김씨의 희망에 따라 결혼 1년만에 시골로 내려왔다. 젖소 20여마리를 일꾼두지 않고 키우려니 아내인 이씨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풀베고 소젖 짜는 등 손에 익지 않은 목장일도 힘들었지만 도무지 재미붙일 게 없는 시골생활의 외로움이 더 힘들었다. 게다가 남편은 화투를 만지면서 외박이 잦아졌다. 이씨는 『아침이 돼 집에 오는 남편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싸움도 많이 했지만 밤을 샌 채 들일을 하는 남편을 보면 안쓰러워 일을 더 열심히 도왔다』고 한다.

8년전 신앙을 가지면서 노름에서 완전히 손을 뗀 남편은 요즘은 마을 자치방범대 대원으로 일하면서 보람을 찾고 있다. 부부의 이런 생활태도는 자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고1인 아들과 중2 딸은 가족회의를 통해 집안일도 걱정하고 자립심도 강한 편이다.

이런 평등한 삶이 알려지면서 두사람은 지난 5일 제4회 평등부부상을 받았다. 가축 돌보느라 결혼한지 17년동안 한번도 집을 오래 비워 본적이 없는 이들은 평등부부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8월쯤 보름동안 휴가를 다녀올 작정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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