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상당수준 단서포착 추정/“가슴 졸이고 있는 사람 많을 것”황풍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황장엽씨의 기자회견과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남한내 친북 인사 및 그 실태, 즉 황장엽 파일은 공식화했으며 서서히 구체성을 띠어가고 있다. 정보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1일 『지금 가슴 졸이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엄청난 잠재적 파괴력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던 황장엽 파일이 이제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누구일까」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황씨는 우리 내부에 「광범위」하고 「은밀」하게 친북활동을 한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특정인, 또는 특정 분야를 지칭하기까지 했다.
황씨 조사가 이미 80일 가량 진행됐고, 특정인·특정분야까지 거론된 점으로 미뤄 이미 공안당국은 사실 확인 수준을 넘어 상당한 수준의 수사 단서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수사 결과는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안당국은 황씨의 진술이 단순한 득문수준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에 근거했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피했으며 특히 「은밀」한 대북활동은 분명한 이적행위로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황풍이 발생한 것은 기정사실이고, 이제 우리 사회는 이 거대한 회오리가 어느쪽을 휩쓸고 지나갈 것인지를 기다리는 상황이 돼버렸다.
황씨가 언급한 「광범위」한 친북활동의 구체적 수준과 특정인·특정 분야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정치인과 공직자 학계 및 재야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배제돼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수사결과가 나오는 시점에는 가슴 졸이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마저 있다.
당국도 이점에 상당히 유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면 반드시 결과를 발표하고 사법절차를 밟겠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시기선택에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당국은 이번 황씨의 기자회견 시점을 결정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너무 늦으면 대통령선거에 임박해 오해의 소지가 있고, 황씨를 빨리 공개하는 것은 황씨를 보낸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곤란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은 황씨의 기자회견 날짜를 잡았다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국회 대표연설과 겹치는 바람에 두차례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는 미국까지 8월5일로 예정된 4자회담 예비회담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그 이후로 기자회견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 당국이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서는 황씨가 북한의 최고위층에 있으면서 들은 것,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실확인과 추적·수사는 당연하며 그것은 황풍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수호, 이적행위인 친북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황씨가 접촉했거나 알고 있는 사람은 시중의 「장삼이사」일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 문제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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