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10일 발표한 금융개혁수정안은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독립성과 관련, 한은이 제기한 이의를 적극 수용하여 정부간여의 가능성을 크게 배제했다. 그러나 금융기관 감독원 문제에서는 중앙은행배제 방침을 견지, 한은측(임직원)과의 마찰요인을 그대로 남겼다.재경원이 중앙은행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정부간여의 연결고리를 대폭 철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적어도 외견상 보다 확실히 보장해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국은행법을 한국중앙은행법으로 고치기는 해도 한국중앙은행이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와 집행부서를 갖도록 한 것은 금통위를 한은으로부터 떼내려던 당초안을 백지화하고 금통위를 내부기구로 하고 있는 현행 한은체제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상위 정책기구인 금통위가 하위 집행기구인 한은의 내부, 즉 그 지배 아래 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라 지적됐었고 재경원이 이것을 분리의 논거로 삼았던 만큼 법리적 모순점은 적법하게 바로 잡혀야겠다.
또한 한은총재의 물가책임을 선언적 의미에 그치게 한 것과 부총리의 금통위의안 제안권을 삭제한 것이나 재경원장관·금통위의장·금감위원장 등의 월1회정례협의를 명문화하지 않고 관행으로 실현키로 한 것 등도 한은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재경원은 처음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에 인색지 말았어야 했다.
남은 문제는 감독권인데 금융기관 감독권을 중앙은행에서 분리, 재경원 등 정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가 하는 것은 성찰해 봐야 한다. 재경원은 법률제정권, 인·허가권 등 핵심권한을 장악한데다가 예금보험공사를 예속시키고 있어 금융감독원·금융기관에 대해 직·간접 2중으로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막강하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을 2000년쯤에는 국가기관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적 발전을 위해 금융감독은 공정하고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하고 직접적인 감독권장악이 이것을 보장하는가. 오히려 정치권의 압력이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금융의 자율화에 역행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권에도 가능한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재경원의 금융감독권행사는 절제돼야 한다. 오랜 관습적 속성으로 봐 권한남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은행·보험·증권 등 3개감독기관을 금융감독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불합리하지는 않다.
재경원은 금감원의 자율성을 국세청차원에 못지않게 높여줘야 한다.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최종대부자로서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제한된 범위에서 실질적인 규제, 심사권을 남겨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경원이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역할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이고 시기상조인 것이다.
금융감독권 귀속문제는 관련기관들의 밥그릇문제가 아니라 감독권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국적인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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