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상품처럼 선전 상도덕은 뒷전/생명경시풍조 조장 지적『자살보험」을 팝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좌절한 기업주와 퇴직사원들의 자살사건이 늘어나자 최근 일부 보험사들이 「자살해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생명보험 약관을 근거로 고객모집에 나서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생활설계사(보험모집인) 가운데는 「자살보장 보험」이라는 새 상품이 개발된 것처럼 선전, 상규를 넘어선 상술이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표준약관(80년 1월 개정)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난 고객이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에 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76년 4월 제정될 당시 보험금 지급 경과기간이 「1년 이후」였으나 너무 짧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의 약삭빠른 생활설계사들이 자살해도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명예퇴직을 걱정하는 기업체 중견간부나 중소기업 경영자 등에게 권유, 가입자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선모(35·회사원)씨는 『「자살을 하더라도 2억여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는 N생명보험 생활설계사의 권유를 받고 이달초 월 보험료 12만8천여원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선씨는 『극한상황에도 가족의 생계는 보장될 것 같아 보험에 가입했다』고 털어놨다.
사망시 2억여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P보험사 생활설계사의 말을 믿고 「자살보장 보험」에 최근 가입한 중소출판업체 사장 주모(36)씨는 『「2년 뒤면 언제든지 가족에게 2억원을 안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입했지만 비장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장기간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험금 지급 경과기간을 2년으로 정했다』며 『또 자살일 경우 지급되는 보험금은 재해보험금과 달리 일반사망보험금이 지급되므로 기껏해야 1천만원 내외』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자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경과기간은 일본 1년, 프랑스 2년, 독일 3년 등이며 미국은 자살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생명보험협회는 「단순사고사냐, 자살이냐」로 의견이 엇갈려 보험금 지급논쟁을 불러일으킨 이모(39·경남 진해시·본보 7월5일자 35면)씨의 경우 자살로 확인될 경우 가입한 지 2년이 경과된 6건(1억원상당)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밝혔다.<최윤필·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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