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명퇴의 허와 실/김동영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명퇴의 허와 실/김동영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7.11 00:00
0 0

느슨한 조직으로 알려진 증권거래소에 요즘 전례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8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30명이 넘는 간부와 직원이 옷을 벗게 된 것이다.증권거래소는 이 덕분에 명퇴실적을 초과 달성하기는 했으나 거래소 상층부의 표정은 매우 곤혹스러워 보인다. 명퇴자중에는 「석」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자타가 「옥」으로 공인하는 직원도 상당수 섞여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명퇴신청을 받기 시작한 2일 이후 예상외로 수준급 직원들이 명퇴서를 잇따라 제출하자 임원회의까지 열어 명퇴제 시행을 유보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외형적으로 명퇴실적은 채웠지만 명퇴의 본래 목적과는 빗나간 점을 자인한 셈이다.

증권거래소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명퇴와 감원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명퇴와 감원은 고용윤리라는 잣대로 볼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의 슬림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읍참마속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명퇴는 인원감축을 통해 조직을 소수정예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수 채우기」식의 명퇴로는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명퇴와 감원이 장부상의 실적을 채우는데 그칠 경우 능력있는 조직원까지 거리로 내몰고 퇴직보너스 지급에 따른 재원낭비까지 겹쳐 조직과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해악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더우기 경기회복조짐이 보이는 요즘과 같은 시점에서 명퇴 대열에 「옥」이 휩쓸려 나갈 경우 경기가 정상을 되찾으면 그 조직은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화성을 탐사중인 소저너호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이를 고안하고 만들어낸 주체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새로운 명언으로 들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