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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선전 소홀했다”/김정일 질책받고 결심/왜 망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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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선전 소홀했다”/김정일 질책받고 결심/왜 망명했나

입력
1997.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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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땅을 밟으면서 『망명도 귀순도 아니다』라고 말해 북한탈출 동기에 의혹을 남겼던 황장엽씨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의혹을 말끔히 씻고 「의거망명」임을 입증해보였다. 관계당국도 김정일체제에 염증을 느낀 황씨가 전쟁을 막고 민족의 장래에 기여하려는 신념으로 망명했다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관계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극심한 식량난을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일체제에 대한 황씨의 회의를 망명으로 이끈 계기는 96년 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체사상 세미나였다. 황씨는 세미나에서 주체사상 선전을 소홀히 했다는 당 간부들의 비판을 호되게 받았다. 또 같은해 5월 김정일에게서 호된 질책을 받아 전쟁포기 및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할 결심을 했다는 것.

이 조사결과는 황씨 망명직후 공개된 96년 11월13일자 서신에서도 뒷받침된다. 황씨는 편지에서 『당국은 5월을 계기로 나의 사상이 통치체계에 맞지 않는다며 공격을 개시했다』며 『자결이 여러모로 유리함』이라고 밝혔었다.

이같은 갈등의 저류에는 김일성 위주의 주체사상을 김정일의 「붉은기철학」으로 개조하려는 과정에서 친 김정일 소장파 이데올로그들이 구세대 대표주자인 황씨를 공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김정일로부터 공격을 받은뒤 지난해 7월 망명을 결심한다. 황씨는 기자회견에서 『망명은 작년 7월 결심했다. 올 2월 도쿄 세미나 참석시에는 조총련의 보호로 도저히 결행할 수 없었다』고 말해 조총련측의 밀착보호가 없었다면 조기 망명도 가능했음을 밝혔다.

황씨는 이날 『귀순인지 망명인지는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전쟁을 막고 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갈 것을 국민여러분들 앞에 다시금 맹세한다』는 내용의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거망명」임을 재차 천명하고 있다.<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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