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80일” 체중 2㎏ 늘어/산업시설시장 등 견학/“살아움직이는 것 느껴”/새벽 4시 기상영어공부도/TV·신문보며 남 사회 파악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의 서울생활 80일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검증」의 나날이었다. 황씨는 북한 최고의 석학답게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이 과연 북한주민들을 구해내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어낼 역량을 갖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폈다. 10일 기자회견에서 황씨는 『역사의 기적을 창조한 남녘동포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그동안의 검증결과를 확신에 찬 어조로 밝혔다.
서울도착 이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안가주변에서 간단한 산책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황씨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와 집필로 보낸다. 자신의 과거 논문개작에 치중하면서 꼬박 1시간씩 영어공부도 빼놓지 않는 등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학구열을 보여 주위를 감탄케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실상을 빨리 파악하는데 필요하다』며 전에는 거의 보지 않았다는 TV와 신문을 매일 「공부하듯」 보았다.
황씨는 특히 직접 한국사회를 관찰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대우자동차,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고려합섬, 유공, LG화학 등을 둘러보고 독립기념관, 경복궁, 창덕궁, 민속촌,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남대문 시장, 잠실 롯데백화점 등도 다녀왔다. 황씨는 공장 자동화와 조업시간, 생산직과 관리직의 비율, 공해문제, 농촌생활수준 등에까지 광범위한 관심을 보였다. 당국자들은 황씨가 『고속도로를 오가는 대형트럭 등 물동량만 봐도 남한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세계로 약진하는 조국을 보니 민족적 긍지를 느낀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씨는 평양상고 동문들, 김일성대학 제자들과도 만나 밀린 얘기들을 나눴다.
황씨는 여러차례 안기부, 통일·안보관련부처, 미중앙정보국(CIA) 관계자와 북한전문가, 심리학자 등이 참석한 세미나형식의 조사를 통해 북한의 정세를 상세하게 진술했다. 황씨는 「적극적으로」 조사를 받으며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나이가 많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소식주의자인 황씨는 맵고 짠 음식대신 빵, 과일, 야채, 요구르트 등을 즐겼다. 당국자는 『황씨는 우리들보다도 더 정교한 다이어트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착직후 황씨는 우측 성대 결절 등 후두염증상이 발견됐으나 세심한 건강관리로 몸무게가 55㎏에서 57㎏으로 늘었다.
황씨는 북한의 최고권력층 인사였던만큼 앞으로도 상당기간 「특별대우」를 받으며 당국의 보호속에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통일에 기여하겠다는 희망에 따라 연구에 전념토록 배려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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