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통일론 경계 계기삼아야/한국전쟁 관련 사과없어 아쉬움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의 10일 기자회견을 지켜본 시민들은 북한이 극심한 기아 등 경제난에 아랑곳않고 전쟁준비에 혈안이라는 황씨의 증언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와함께 장년층을 중심으로 일부 시민들은 황씨가 한국전쟁에 대한 사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사상에 대한 포기여부 등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대학생 이재성(27·서울대 계산통계4)씨는 『황씨의 망명과 기자회견은 대학가에 잔존한 주체사상이 위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병혜(21·연세대3)씨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황씨의 발언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심도 들지만 그의 증언은 북한정권이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최후수단으로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황씨가 남침위험성에 대해 밝힌 것은 경각심을 줄만한 내용』이라며 『정부는 황씨의 발언 의도를 왜곡해 긴장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식량지원을 하는 등 북한이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총련은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이날 회견을 외면했는데 주체사상계열의 한 학생은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작에 놀아나는 황씨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재향군인회의 최정석(59) 안보국장은 『황씨는 우리에게 감상적 동포애, 환상적 통일론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며 『북한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부 운동권학생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전문가인 연세대 최평길(행정학) 교수는 『황씨의 입을 통해 북한이 공산당 일당체제, 왕조봉건체제, 군사정권체제가 섞인 기형적 모습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연구소 선윤성(53) 연구위원은 『전쟁의 위험과 철저한 대비를 역설한 황씨의 회견은 인상적이었으나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증언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전쟁을 체험한 김일수(65·상업)씨는 『민족비극을 초래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황씨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동족상잔의 아픔을 낳았던 한국전쟁에 대해서 사죄는 커녕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그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이동국·윤순환 기자>이동국·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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