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있었던 신한국당의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도력과 업적을 찬양하는 데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박 전대통령과는 키가 1㎜도 틀리지 않는데 40대에 군사혁명을 일으켜 대통령이 된 그분을 진짜로 닮게 해달라』 『내가 되고싶은 지도자는 세종임금, 흥선대원군, 박 전대통령 같은 부국강병과 국운융성의 지도자』 『박 전대통령과 얼굴이 닮은 분도 있고 성이 같은 분도 있으나 추진력과 소신을 갖춘 박 전대통령은 내 마음속의 스승이었다』 『위천공단 조성과 경부고속철도 등 지역현안도 박 전대통령 식으로 밀어붙이겠다』
지역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한 한 후보도 박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만 했다.
이쯤되면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고르기 위한 합동연설회가 아니라 차라리 「박정희 찬가 경연대회」라고 해야 어울릴 지 모를 지경이었다.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어느정도의 인기영합 발언은 정치판에서 흔히 애교로 보아 넘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21세기의 국가지도력을 지향하는 후보들이라면 박 전대통령의 개발독재가 남긴 공과를 따지는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먼저 선보여야 옳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양식있는 대의원들이라면 자신의 정치철학은 내팽개쳐둔 채 일방적으로 박 전대통령을 미화·칭송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후보들의 역사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신한국당 경선은 과열·혼탁과 지역주의 편승 논란에 이어 후보들의 역사인식 실종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 이기고 보자는 논리만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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