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경선모습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우리 정치사를 새로 쓰겠다」던 당초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구태보다도 덜한 구석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권을 재창출하니 법치니 하는 말이 도리어 쑥스럽다.우리가 신한국당의 경선에 가급적 말을 아꼈던 이유는 경선모습이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경선이 우선 정당의 내부적인 일이고 모처럼의 민주적 경선분위기를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정당이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예상치 않은 기회비용이 든다는 사실도 충분히 감안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시적인 흥분상태가 가라앉고 나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는, 정당의 자정기능을 믿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부질없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점입가경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한국당의 경선모습은 한마디로 실망 투성이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다 못해 외면하고 싶은 일이 다반사다. 「집안일」이라거나, 「정당활동」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신한국당과 소위 주자라는 사람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첫째가 돈경선, 타락조짐이다. 소위 주자라는 사람들이 대외적으로는 한달에 기천만원 정도를 쓴다면서도 수억, 수십억원을 뿌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상대편의 지구당위원장 한명을 포섭하는데 수억원이 들고 지구당위원장 활동비로 수천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심지어 1만2,000명 대의원중 과반수인 6,00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만 들여 총 60억원이면 사실상 전당대회가 끝나는 것 아니냐며 타락을 걱정하는 주자까지 있다. 이미 정치판을 오염시키고 있는 자금원은 재벌그룹의 뭉칫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경유착비리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나 할까. 이러다가는 본선도 치르기전에 청문회부터 열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감정의 이용이다. 소위 「영남후보 필승론」이니, 「들러리론」, 「푸대접론」 등으로 지역이기심에 호소해 득표하려는 작태다. 지금의 지역합동연설회는 마치 지역감정부추기기 대회같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이런 주자들에게 대의원들은 표로 응징해야 한다.
흑색선전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해악요소다. 특정후보 가계를 시비하는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 청산해야 할 구식 정치의 극치다. 이밖에도 자리와 공천등으로 대의원들을 회유·협박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살생부까지 나돈다. 「더 늦기전에 우리쪽에 줄서지 않으면 공천은 커녕 신상에 해롭다」는 등 노골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벌써부터 경선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많다. 신한국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눈에 비친 신한국당의 경선모습은 오는 12월대선에서 표로 나타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한국당은 패자도 승복할 수 있는 멋진 페어 플레이가 되도록 경선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먼저 주자들의 맹성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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