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복용약명 확실히 알고 떠나야/당뇨·심장병·천식환자는 주치의 처방받고 출국/말라리아 예방약은 출발 1주일전부터 귀국후 한달까지 복용/생수·끓인 물만 마셔야휴가철에 해외를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노인이나 지병있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기회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관광에 그치지 않고, 오지 체험 및 각종 모험을 즐기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여행 목적지도 동남아시아 미주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 중 사고를 당하거나 지병 악화, 열대 풍토병 감염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 건강관리와 안전대책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우선 목적지 및 경유지, 여행기간을 일찌감치 정하고 무리없도록 스케줄을 잡는다. 당뇨병 심장병 천식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출국 전 주치의와 상담한 뒤 필요한 약품을 미리 처방받아 가는 게 안전하다. 또 분실에 대비, 약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외에서 전화로 문의할 수 있도록 주치의 연락처를 알아두면 큰 힘이 된다.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시아의 오지를 여행할 경우 일부 병원에 개설된 해외여행클리닉을 방문, 주의사항을 듣고 필요한 예방약을 소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산등반, 스쿠버다이빙, 동굴탐사 등 모험여행을 떠날 때는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해외여행시 감염되기 쉬운 열대 풍토병은 말라리아 황열 설사병 주혈흡충증 등이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떠나기 1주일 전 먹기 시작, 귀국 후 한달까지는 주 1회 복용해야 한다. 황열은 국가에 따라 예방접종증명서를 요구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황열이 발생하지 않지만 증명서를 요구하는 국가에 갈 경우 반드시 접종해야 하며,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에 가더라도 예방접종을 해두면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황열 예방접종은 주사 후 10일이 지나야 증명서상 효력이 인정되므로 미리 접종해야 한다.
예방약과 주사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낮에는 너무 밝지 않은 긴팔 옷을 입고 벌레 쫓는 약을 바른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야 할 때는 모기장을 사용한다.
여행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설사병이다. 예방하려면 물과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믿을 만한 회사의 생수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끓여 먹도록 한다. 생야채는 먹지 말고, 육류는 반드시 익혀 먹자. 호텔과 고급식당의 음식은 대개 안전하나 얼음은 주의해야 한다. 여행중 고열을 동반한 설사병에 걸리면 항생제와 지사제를 사용하되 부작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열대지역에서는 절대 맨발로 다니지 말고, 민물에는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있으니 수영을 해서는 안된다. 중동지역을 성지순례하는 경우 수막구균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고 떠나자.<김양수 울산대 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해외여행건강클리닉>김양수>
◎비행시차증후군 극복 요령/동·서로 3∼4시간이상 비행땐 시차적응 전략 필요/출발 하루나 이틀전 숙면을 취한다/과식·알코올·카페인 삼가한다/멜라토닌 복용도 시차완화 도움
최근 잦은 해외여행으로 「비행시차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행시차란 여러 시간대를 갑작스럽게 횡단함에 따라 외부환경의 변화, 즉 밤과 낮의 변화와 뇌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시계간의 부조화로 발생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동쪽이나 서쪽으로 오래 여행할 경우 예기치 않은 괴로운 증상들이 나타나는 수가 많다. 대낮에도 졸리거나 무기력하고, 밤에 잠을 잘 못자며, 새벽에 일찍 깬다. 소화불량 설사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하거나 판단력 장애로 낭패를 보기도 한다.
비행시차에 의한 증상은 횡단하는 시간과 여행의 방향에 좌우된다. 즉 오랫동안 횡단할 수록 현지 시간과 신체 리듬과의 차이가 커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서쪽으로 3∼4시간대 이동은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반면 동쪽으로 같은 시간 비행하면 뚜렷한 시차증을 일으킨다. 즉 서쪽으로 4시간대 이상을 이동하거나 동쪽으로 3시간대 이상 이동할 경우 비행시차에 대한 치료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시차증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려면 출발 하루나 이틀 전에 숙면을 취하고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및 약물복용, 과식 등을 피해야 한다. 또 빛과 어두움이 인간의 뇌에서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비행 중이나 후 어떤 특정시간에 빛과 어두움에 노출시켜 생물학적 시계를 도착지 사람들의 신체리듬에 일치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 즉 아침시간에 빛에 노출하면 리듬이 앞당겨지고, 저녁시간에 빛에 노출하면 리듬이 지연되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밝은 빛에 노출하려면 태양빛을 이용하고, 어두움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나 눈가리개를 사용, 생물학적 시계를 재조정한다. 인위적으로 밝은 빛을 발산하는 광선기구를 이용,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제제를 적절한 시간에 복용, 비행시차를 완화하는 방법도 있으나 5시간이내의 서쪽 방향 이동에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조숙행 고려대 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신경정신과>조숙행>
◎비행중 귀 통증 하품하면 완화
비행기여행을 하다 보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잘 안들리고 심하면 통증과 함께 청력이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중이와 코에 기압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이관이 갑작스런 기압 변화로 조절능력을 상실해 발생한다.
코와 중이 사이를 연결하는 이관이 막히면 공기가 중이 내부로 공급되지 못해 고막 안쪽이 진공상태가 된다. 이런 진공상태는 고막을 안으로 빨아당겨 자연스런 진동을 방해,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심하면 통증을 유발한다. 이관이 일정시간 막혀 있으면 진공상태를 보완하기 위해 혈장과 비슷한 액체가 중이내막에서 스며나와 귀(중이강)안에 고인다. 이런 상태를 삼출성 중이염 또는 기압성 중이염이라고 한다.
기압성 중이염이 생기면 중이강내의 점막에 출혈이 생기고 울혈과 부종이 발생한다. 또 고막에 출혈이 나타나며 심하면 찢어지기도 한다. 기압성 중이염은 손상 정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0도부터 중이강에 피가 고이고 고막이 찢어지는 5도까지 나눌 수 있다.
진단은 우선 중이나 내이(속귀)를 검사하는 데, 이명 어지럼증 청력장애가 있으면 내이가 손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는 우선 안정을 취해야 하며, 머리를 다른 신체부위보다 높은 곳에 두어야 좋다.
기압성 중이염이 생기지 않도록 이관을 개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껌을 씹거나 사탕을 입에 넣고 입을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하품을 하면 단순히 침을 삼킬 때보다 이관을 개방하는 근육을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비행기가 하강할 때 잠을 자면 압력 변화에 대처할 수 없으므로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는 깨어 있도록 한다.
코를 쥐고 한입 가득 공기를 입에 물은 다음 뺨이나 목의 근육만을 이용, 입안의 공기를 고막 뒤쪽으로 불어넣는 방법도 있다. 귀로 공기를 불어 넣을 때 가슴(폐)이나 복부(횡격막)의 힘을 이용하면 압력이 너무 높아지므로 뺨이나 목의 근육만을 사용, 공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아기들은 우유병이나 고무 젖꼭지를 물리면 효과를 본다.<윤상민 가톨릭대 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윤상민>
◎출국전 전문클리닉에 들르자
해외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아프면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돼 현지병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출국 전 병원에서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고 떠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중앙병원 등이 해외여행객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전문클리닉을 개설, 운영중이다.
95년 8월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여행의학클리닉은 출국 4∼5주전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또 여행대상국의 풍토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과 함께 의료약품세트도 제공한다. 여행이 끝난 뒤에는 다시 종합검진을 실시, 풍토병 감염여부를 확인한다.
같은 시기에 개설된 강북삼성병원 해외건강클리닉은 여행지역의 특이한 질병종류와 주의사항, 응급상황시 대처요령 등을 교육하는 한편 개인의 병력과 예방접종표, 약물복용 사항 등이 수록된 「포켓주치의」라는 수첩을 지급한다. 현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때는 응급수송전문회사가 본국으로 즉시 후송토록 도와준다. 진료를 받으려면 전화예약이 필요하다.
95년 10월 개설된 서울중앙병원 해외여행건강클리닉은 콜레라 말라리아 등 열대지방에서 감염되기 쉬운 각종 풍토병 및 전염병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에서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이 SOS를 치면 전화나 팩시밀리로 응급조치 요령과 현지 의료시설 등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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