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백화점들 잇단 진출로 “내리막길”태화백화점 김정태 회장의 자살소식은 부산지역 경제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인사들은 거대 중앙유통업체의 진출에 맞서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김회장이 끝내 좌절, 죽음을 택한데 대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화백화점은 95년만해도 매출액이 1천8백5억여원으로 부산의 전체 백화점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단연 지역 최대의 유통업체였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에 서울의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이듬해 매출액이 20%이상 격감, 내리막 길로 들어섰고 이후 계속된 판매부진에다 무리한 투자가 자금난을 초래해 결국 지난달 17일 부도처리 됐다. 그러나 태화백화점은 자산이 부채보다 3백여억원이나 많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부산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산상의와 시민단체들도 태화백화점 살리기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주거래은행인 동남은행과 부산은행측이 태화측의 회생방안이 현실성이 없는데다 실패할 경우 은행에 치명적 손실이 우려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끝내 아까운 향토기업인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산토박이로 동래중, 서울고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회장은 귀국후 부친 김갑진(2월 작고)씨가 운영하던 서면 태화극장의 경영에 참여했다. 김회장은 82년 태화극장을 헐고 그 자리에 당시로서는 초대형인 지하 1층 지상 6층규모의 태화쇼핑을 건립,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으로 키워냈다.
김회장은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인데다 위기극복 경험이 없어 엄청난 정신적 중압감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2백억원대의 개인재산까지 털어 신관 건축자금과 대출이자 부담금 등을 충당하는 등 회사재기에 전력투구해 왔으나 『재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는 소문이 나돌자 크게 괴로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백정혜(50)씨와 장남 기표(27)씨 등 2남2녀가 있다.<부산=김종흥 기자>부산=김종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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