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내전이 수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나 대세는 훈센 제2총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훈센측이 사태를 이대로 진압해 나간다면 외세의 침탈과 오랜 내전에 시달리던 캄보디아 국민도 다른 동남아 주변국과 함께 경제발전의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캄보디아 내전을 보는 세계인의 관심은 그러나 이같은 전황의 추이보다는 「킬링 필드」로 세상에 알려진 크메르루주의 대학살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데 있다. 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면서 친미 론놀정권을 축출하고 등장한 크메르루주는 국가를 정화해 이상사회를 실현한다는 미명 아래 도시지식인과 우익 인사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해 고문·살해했다. 이때 생명을 잃은 사람이 2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 전역이 죽음의 땅이었다.
폴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은 국제적 비난 속에 고립됐다. 전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던 베트남이 응징에 나섰다. 크메르루주는 태국접경의 밀림으로 쫓겨가고 수도 프놈펜에는 베트남이 지원하는 훈센의 공산정권이 성립됐다.
그러나 정통성을 주장해 온 시아누크가 유엔의 승인을 얻어 내자 내전이 재발됐다. 93년 유엔의 중재로 총선이 치러졌다. 결과는 시아누크와 라나리드부자쪽의 신승이었으나 훈센이 이를 승복하지 않았다. 크메르루주는 게릴라전을 계속했다.
힘의 균형은 크메르루주의 폴포트가 최근 몰락하면서 깨졌다. 라나리드 제1총리가 프랑스의 지원을 얻으려 파리에 간 사이 훈센이 병력을 동원해 프놈펜을 간단히 제압한 것이다. 국가원수인 시아누크는 베이징(북경)에서 신병 치료 중이다.
훈센은 프놈펜 장악후 라나리드의 핵심각료인 내무장관을 처형하는 등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 검거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훈센측이 정치인과 진보적 지식인, 언론인을 대상으로 체포와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훈센 총리는 크메르루주를 축출한 후 캄보디아의 안정과 대외개방에 힘써 온 합리적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중에는 경제개발에 필수적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이 예정돼 있다. 미국이 인근해역에 군함을 파견했고, 태국을 비롯, ASEAN 가맹국들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사태수습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바람도 캄보디아에 더 이상 유혈사태가 없어야 한다는 데 있다. 권력투쟁 때문에 학살극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당국은 이같은 우리와 세계인의 뜻이 관철되도록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교민과 여행객의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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