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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일요일(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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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일요일(장명수 칼럼)

입력
199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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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강진단을 받으려고 병원에 예약을 하다가 일요일에도 검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주쿠(신숙)에 있는 후요(부용)병원은 8년전부터 매달 첫 일요일에 종합검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중간 규모의 병원들 중에는 일요검진을 하는 곳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일요일의 종합검진은 아침 7시반부터 시작됐다. 그날 진찰하러 온 사람들은 30여명으로 주중에 시간을 내기 힘든 회사원과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차가 붐비지 않고 병원이 조용해서 항상 정기검진을 일요일에 받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12시쯤 검사가 끝나자 점심식사가 나왔다. 평일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품들을 놓고 식생활에 관한 설명을 하지만, 시간에 쫓기지않는 일요일의 수검자들은 직접 식사를 하며 건강식단을 공부할 수 있다. 소면 생선구이 삶은 콩 호박조림 수박 등이 나온 그날 식단은 530칼로리 정도이며, 그 기준으로 양을 조절하라는 설명이 있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 1차로 검사결과가 나왔고, 시간이 걸리는 검사는 전화와 우편으로 알려주겠다고 그들은 말했다. 특별히 나쁜 곳이 없다면 다시 병원에 올 필요가 없었다.

종합검진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가상품이므로 고객들의 사정에 맞춰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나 큰 종합병원들은 환자가 몰려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든데, 일본의 중간규모 병원들은 서비스 경쟁으로 환자를 잡고 있다. 심장 위장 등 2∼3부문으로 전문화한 중간규모 병원들은 대부분 토요일까지도 하오 7시30분까지 진료하고 있다.

내가 병원에 갔던 6일은 마침 도쿄(동경)의 도의원 선거일이었다. 『일본은 모든 선거를 일요일에 치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투표도 안하고 놀러가는 것이 큰 문제』라고 나의 일본어 선생은 순진하게 불평했다. 『한국에서는 선거를 위해 임시 공휴일을 만들지만 투표를 안하고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왜 일요일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본이 일요일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 신자가 적어서 안식일 시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기독교 신자가 많더라도 그런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도쿄의 우에노(상야)지역에는 스포츠 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데, 그 상점들이 문을 닫는 날은 정월 초하루밖에 없다. 주말과 공휴일은 쇼핑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날이므로 상점이 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영업시간도 대개 아침 9시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11시간30분이나 되고, 저녁 9시이후에 회의를 하는 날도 있다. 사원들은 근무연수에 따라 연 20∼40일의 휴가를 갖지만, 상점은 연중무휴다. 소기업의 경영자와 종업원들은 이런 노력없이 큰 회사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데 생각이 일치하고 있다.

1997년 달력에 나와있는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은 한국이 16일, 일본이 14일이다. 우리가 2일 더 많을 뿐이지만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우선 일본의 공휴일은 연휴가 없다. 설날도 1월1일 하루만 쉰다. 크리스마스는 쉬지 않고, 불교신자가 많은 나라지만 불탄일도 공휴일이 아니다. 토요휴무를 하는 기업들이 많으므로 공휴일이 주말과 연결되어 2∼3일의 연휴가 되기도 하고, 징검다리 공휴에 개인 휴가를 며칠 보태면 일주일 가까운 골든 휴가철이 형성되어 국내외 여행붐이 일어나는 때도 있지만, 공공기관은 공휴일만 쉬기 때문에 며칠씩 공공업무가 중단되는 일은 없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은 휴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휴일과 개인의 휴가는 구별돼야 하며, 온나라가 며칠씩 함께 놀면서 행정까지 공백을 빚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일요일에도 쉬지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공휴일에 손님이 많은데 상점을 쉬다니 무슨 소린가』 『일요일 종합검진이 손님들에게 편리하다면 왜 일요검진을 망설이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상인정신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시끄럽지 않으면서 차곡차곡 실속을 챙기는 사고방식을 배웠으면 한다.<편집위원·도쿄(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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