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비극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된다”/내달 중순 단행본 출간/새 장편 ‘통일시대’도 준비한국일보 창간 40주년기념 1억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으로 1년6개월여 본보에 연재된 채길순씨의 「흰옷 이야기」가 지난달 30일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정통 대하소설로 독자들의 절찬을 받아온 「흰옷 이야기」는 8월 중순께 전 3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됩니다. 연재를 마친 작가의 말을 싣습니다.<편집자 주>편집자>
「흰옷이야기」는 동학혁명에서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의 100여년에 걸친 여인 3대의 이야기다. 처자식을 두고 『곧 돌아오마』고 집을 나간 남정네는 돌아오지 않고, 여인들은 역사의 뒤안길을 비어진 가슴으로 살아간다. 그 자식이 커서 또 역사의 폭풍에 휩쓸리고… 들풀 같은 여인들의 삶의 궤적을 담은 작품이다.
처음 응모를 위해 집필한 시기부터 당선이 된 뒤 개작하여 연재를 마칠 때까지 4년여가 걸렸다. 현장답사와 사료를 좇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를 새롭게 일깨우는 것이 많았다. 민중을 할퀴고 지나간 혹독한 역사, 이처럼 참혹한 역사는 왜 되풀이되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더러는 밝은 날에 굳이 꿈자리 사나운 지난날의 비극은 들춰서 뭣하느냐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역사의 파편들이 두 눈을 퍼렇게 뜨고 낫날처럼 살아있다.
종군위안부와 분단의 문제는 아직도 궂은 날 뼈마디가 쑤시듯이 나타나곤 한다. 우리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깊은 땅 속에서 녹슨 대포알이 불쑥 나타나듯이. 이념대립의 칼날이 무디어진 오늘날에도 남북 이데올로기 문제는 우리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참된 새벽을 맞을 때까지 이런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독자들에게서 『언제 단행본으로 나오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책이 나오면 작정을 하고 차분히 읽어보겠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가 「흰옷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긴장이 되곤 한다. 1부 2부 3부 세권으로 곧 출판될 예정으로 마무리 손질 중이다.
소설을 추천해 주신 선생님들께서 「흰옷 이야기」에 「정통소설」이라는 특징을 지워주신 것처럼, 줄거리 튼튼한 서사 구조 안에 오늘의 우리를 일깨우는 새로운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시대」라는 소설로 역시 흰옷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신라 건국에서 통일까지 천년의 역사를 다룬 소설인데, 통일의 문제를 역사를 통해 제시해보려 한다. 우리 민족의 과제로 남은 통일, 이를 가로막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 또 진정한 통일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들을 진단해 볼 작정이다. 그동안 연재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단편소설 두세 편도 손질해 발표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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