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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국조시산’ 첫 완역/정조대왕이 “완벽하다” 극찬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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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국조시산’ 첫 완역/정조대왕이 “완벽하다” 극찬한 시선

입력
199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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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부터 권필까지 180여명 한시 1,000여수에 촌철살인의 비와 평/젊은 학자 4명 5년작업 끝/이달말 1∼3권 첫선허균(1569∼1618년)의 시선집 「국조시산」이 처음으로 완역돼 나온다.

이 책은 조선초 정도전부터 광해군 당대의 권필까지 180여명의 한시 약 1,000수를 뽑아 9권에 수록한 것으로 정조대왕이 『완벽하다』고 평했을 만큼 역대 시선집중 최고로 평가된다. 천재 허균의 문학비평적 안목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심미안은 작품 전체에 대한 촌철살인적 평가인 「비」와 특정구절의 미학적 표현기법에 대한 「평」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서자 출신으로 출세는 못했지만 허균의 시 스승 노릇을 했을 만큼 천재적이었던 이달의 시 「낙중유감(서울에서 감회가 일어)」을 보자. 『호작고관처처봉 고관대작들을 곳곳에서 만나니/차여류수마여룡 수레는 물 흐르듯, 말은 용인듯/장안맥상시회수 서울 거리에서 때때로 머리를 돌려보니/지척군문격구중 지척의 궁궐 문이 아홉겹 막혀 있네』 번화한 서울 거리에서 활개치는 고관대작을 보며 벼슬길이 막혀 있는 고독감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허균은 시인이 자신의 불우함을 서러움으로 처리하지 않고 초탈하게 표현했다고 보아 「편편탁세(혼탁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지조있게 살아감)」라는 「비」를 달았다.

이 넉 자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어지러운 전국시대를 초탈하게 살았던 평원군을 『「혼탁한 세상을 훨훨 노니는」 아름다운 공자』로 평한 구절에서 뽑아낸 것. 비와 평은 이처럼 고금의 고전에서 따온 것이 많다. 그만큼 이 책 번역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 어려운 일을 이종묵 정신문화연구원 교수, 강석중 인제대 국문과 교수, 강혜선 서울대 강사, 안대회 연세대 강사 등 80, 81학번 젊은 학자 넷이서 해냈다. 이들은 서울대와 연세대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92년 9월부터 매주 한번씩 토론회를 갖고 번역과 주석작업을 계속해온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국학계에서는 이번 번역이 국문학연구를 한 차원 높이면서 일반인에게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조시산은 이달말 신구문화사에서 1∼3권이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중반까지 완간된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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