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부정의 실험근래 들어 우리 소설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희극적인 것의 우세일 것이다. 비교적 젊은 세대의 소설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희화적 과장에 대한 관심이 흔히 발견된다. 희극적인 담론은 유희적 글쓰기를 추구하는 작가이건, 진지한 리얼리스트이건 간에 젊은 작가들이 가장 널리 공유하고 있는 화법이라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러한 소설의 농담화는 이른바 90년대적 삶의 「가벼움」과 통하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소설 장르에 특유한 자기부정의 활력이 담겨 있다.
이번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를 출간한 성석제는 소설의 정형을 부수는 농담의 기술에 어느 누구보다 통달한 작가이다. 그는 소설의 관습으로 보면 통속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태연자약하게 펼치면서 때로는 풍자적이고 때로는 해학적인 다채로운 빛깔의 웃음을 선사한다. 그의 희극적 담론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너절한 것을 진지하게 표현하거나 엄숙한 것을 장난스레 표현하는 식으로 대상과의 간극을 스스로 강조하는 문체이다. 겉도는 언어를 즐기는 이러한 문체 실험이 상기시키는 것은 소설이란 결국 말의 모방이라는 것, 말의 예술적 연행이라는 것이다.
성석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은 말의 퍼포먼스는 단일한 언어, 단일한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대상과의 규범적 관련에서 빠져나온 수사적 유희는 삶을 유연하고 자유로운 상태로 풀어놓으려는 욕망을 실어나른다. 사실, 성석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예컨대, 「조동관 약전」은 호기 있게 인생을 살다가 나중에는 얼어죽기를 선택한 한 시골 깡패의 생애를 영웅전설풍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경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것이 소원인 한 버림받은 소년을 관찰하면서 속악한 세상의 모든 구속과 핍박에서 벗어나려는 탈주의 충동을 긍정하고 있다.
성석제의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익살맞고 의뭉스런 재담은 그 저 웃고 넘길 말의 유희는 아니다. 그의 소설은 소설적 담론의 체통을 스스로 방기함으로써 권력과 질서에 대한 도저한 적의를, 호방한 영웅적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억압에 저항하는 감성의 훈련이 우리 시대의 명령이라면, 성석제의 소설만큼 그에 대한 용감한 응답도 드물 것이다.<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문학평론가·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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