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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맹신증’/이상호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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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맹신증’/이상호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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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에 경쟁력이 있는가. 국내 시장이 완전 개방되었을 때 과연 우리 농촌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달 들어 돼지고기 닭고기 오렌지 등 37개 품목이 추가로 수입자유화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쌀과 쇠고기 뿐이다.정부나 농업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 농산물이 들어와도 우리 국민들은 우리 것을 먹는다는, 아니 먹어야만 한다는 「신토불이」를 굳세게 믿고 있다.

하지만 「신토불이」가 언제까지 우리 농업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결코 낙관적은 아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시장에 나와있는 계산기는 거의 전부가, 커피메이커는 95%, 전기면도기는 81%, 토스터는 80%가 외국산이다. 한때 「국산품 애용」이라는 명분에 밀려 주춤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품질이 좋고 가격만 맞으면 아무런 의식없이 외국산을 선택하고 있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얼마전 펴낸 「기아와 포식의 세계식량」이란 책에서 이같은 국산공산품 소멸현상이 우리 농업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기계화하고 있으나 소규모 경영으로 생산되는 우리 쌀은 미국과 같은 대규모 생산방식이나 일부 개도국과 같이 저임금에 의해 생산되는 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입이 자유화하면 우리 쌀은 설 땅을 잃어 결국 안락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자고 모두가 난리다. 그런데 농업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농림부는 불안한 세계 식량사정과 통일에 대비, 주식인 쌀의 자급기반 확충이 농정의 기본이라고 되풀이 강조하면서도 농업의 고비용 구조를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최근 귀농인구가 늘고있는 것이 마치 농정의 성공인양 홍보에만 신경쓰고 있다. 이러다간 「신토불이」가 「국산품 애용」과 같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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