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주도 ‘패배한 승자’6일 실시된 멕시코 중간선거는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줬다. 제2의 권부로 불리는 멕시코시티 시장자리를 거물 야당인사에게 내줬을 뿐 아니라 절대다수당으로 군림해온 하원도 「여소야대」로 뒤바뀌었다. 전체 31개중 6개를 뽑는 주지사선거에서는 경제중심지인 중·북부지역 2개를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에 빼앗겼다. 1929년 창당이래 89년까지 대통령과 의회는 물론 주지사 자리를 싹쓸이해왔던 집권 여당이나, 46년과 76년에야 하원과 상원에서 의석을 얻을 수 있었던 야당이나 이번 선거는 「혁명」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선거혁명이 가능했던 이유는 에르네스토 세디요(45) 대통령의 정치개혁의지 때문이다. 94년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에 오른 세디요는 지금까지 일련의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해오면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쿠데타적 인물로 평가돼왔다. 지난해 7월 야당과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여당이 독차지했던 선거자금을 야당도 공평히 분배받을 수 있도록 했고 대통령 임명제였던 멕시코시티 시장을 사상처음 직선제로 바꾸는 용단을 내렸다.
살리나스 정권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할 때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국회를 명실상부한 견제기능을 가진 국가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도 그의 정치개혁의 주목표였다. 취임직후 검찰총장에 야당인사를 임명해 살리나스가 사정의 칼을 피해 아일랜드로 망명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정치후진국이라는 악명을 떨치기 위해서는 권력상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선거는 집권여당의 최고통치권자에 의한 계획된 선거혁명이자 자초한 패배라는 의미가 강하다. 전기공 집안출신으로 어렸을 때 구두닦이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해 미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를 따낸 그가 앞으로 어떤 개혁행보를 계속할지 주목된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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