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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학교도 ‘4년제’ 향한 꿈/입학 즉시 편입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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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학교도 ‘4년제’ 향한 꿈/입학 즉시 편입학 공부

입력
199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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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편입 2만명중 70%가 전문대졸업생/작년까지 10여개교가 4년제 간판다는데 성공전문대생은 4년제 대학생을 꿈꾸고, 전문대학은 「전문」간판을 떼어버릴 꿈을 꾼다. 산업현장을 이끌어갈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전문대 본래의 꿈은 길을 잃었다. 전문대에 몰아치고 있는 편입 열풍은 황폐해진 전문인의 「메카」가 처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해 한 사설학원에서 전문대생 597명을 포함, 중하위권 대학생 1,0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이 가능하다면 편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학생의 63.8%가 「편입하겠다」, 11.6%가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한창인 7월초, 우리나라에서 수위를 다투는 서울의 한 전문대 캠퍼스. 도서관에서 땀을 흘리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영어, 수학, 논술 등 편입학시험 준비서와 씨름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진로지도를 하고 있는 Y교수의 말. 『굳이 4년제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말릴 수가 없어요. 훌륭한 전문기술이 있어도 사회에서 번듯하게 활동하려면 학위가 필요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취업을 한 뒤에 방송통신대나 개방대를 다니는 학생도 많죠』. Y교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입학하는 즉시 편입학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탄했다.

편입학이 대폭 확대된 지난해 4년제 대학 편입생은 2만여명. 이들 중 70%에 달하는 1만4,000여명이 전문대 졸업생이었다. 입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웬만한 4년제 대학보다 낫다는 서울 K전문대, I전문대 등 「명문 전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학사학위를 얻기 위해 4년제 편입의 길을 택한다. 내로라하는 전문기능을 갖추어도 학위가 없이는 취업한 뒤에도 변변한 대접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4년제를 향한 꿈은 학생 뿐 아니다. 많은 전문대들이 「전문대」 간판을 떼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전문대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전문대 150여개 중 산업기술교육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추구하는 재단은 10%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인적·물적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전문대 「신세」를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란다. 전문대로 학교 운영의 노하우와 자본이 쌓인 뒤 4년제를 설립하거나, 아예 전문대를 4년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전문대 제도가 도입된 지 겨우 18년째인 지난해까지 K공전, A공전, S공전, K여전 등 10여개 대학이 S산업대, A산업대, S개방대, K대 등 4년제로 문패를 바꾸었고, 부산 K전문대, 대전 D전문대, 경기 K전문대 등은 같은 재단에서 4년제 대학을 신설했다.

전문대와 4년제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재단의 지원이 4년제에 편중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과 지방에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함께 운영하는 한 학교재단 관계자는 『재단 입장에서는 사회적 인식과 교육 효과가 높은 4년제 대학에 지원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납입금에 의존하는 재정 전문대 존립 위협/국고지원 4년제의 30%선 법인전입금도 거의 없어/자구책으로 학생수 늘려

취약한 전문대의 재정상황이 전문대의 기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전체 153개 전문대중 사립학교가 90%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부실한 재정은 전문대의 존립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대의 재원 구성은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납입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의존율은 비교가 안될 정도다.

전문대교육협의회가 조사한 전문대 재원 구성비율을 보면 조사대상인 135개 대학의 90.4%인 122개 대학이 전체 재정의 70%이상을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80%이상인 학교가 106개(78.5%)에 이른다. 대기업을 재단으로 끼고 있는 모전문대도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는 있지만 80% 가량을 차지하는 납입금을 제외하면 재단전입금과 국고보조액은 전체 재정의 5.5%에 불과한 수준이다.

학생 등록금으로 대학 살림을 꾸려가다 보니 학생 수를 늘리는 길이 전문대의 자구책이 되다시피 했다. 많은 학교가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실습위주의 공업계열보다 사회계열이나 이론 중심의 학과 신설에 치중, 실습 교육을 통한 현장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원래의 취지가 퇴색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국고지원도 4년제 대학의 25∼3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수종합대학으로 선정된 D전문대에 지난해 보조된 국고지원금은 모두 6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기계과 등 실습학과의 기계장비 한대가 대개 1억∼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고지원 이외의 학교수익으로는 산학협동 등을 통한 기업체 지원을 꼽을 수 있지만 이도 최근 불경기의 여파로 급격히 감소해 어려운 학교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기부금이 전혀 없는 학교가 전체의 46.1%나 되고 학교재정의 1%정도에 불과한 기부금을 받는 학교가 33.3%로 조사됐다. 법인 전입금도 마찬가지다. 전혀 지원이 없는 학교가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고 학교재정의 5% 가량에도 못미치는 학교가 절대다수인 73.4%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재정은 결국 학생들의 부담으로 남고 있다. 전문대교협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이 모자라는 학교가 각각 23, 69개나 됐으며 전체 학교의 37%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실험 실습실을 구비하고 있었다. 실습 기자재나 기기 종류도 전체의 36%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에대해 전문대교협 측은 이렇게 호소했다.

『4년제 대학은 동문회비나 학교수익이 제법 들어옵니다만 전문대는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관리직이나 전문직 동문들이 많아야 학교발전을 위한 성금을 내지 어디 전문대 출신 기술자들이 모교에 투자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또 재단전입금이나 기업지원이라도 늘어나야 하는데 불경기라는 이유로 요새는 쳐다도 안봅니다. 호경기때는 재학생들이 외부지원을 많이 받게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불경기때 다니는 학생들은 나쁜 여건에서 학교생활을 마쳐야 하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습니까. 결국 당국의 획기적인 지원만을 기다리는 실정입니다』<염영남 기자>

◎전문대졸 승진 다소 불리/4년제 졸업자와 비교/대리 진급 1년쯤 늦고 직무순환도 어려워/임금격차는 크지 않아

전문대를 졸업하면 기업체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되나.

LG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졸 인력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때 전문대졸 인력의 임금수준이 80년 69에서 95년에는 79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의 95년 조사에 따르면 사무직 4년제 대졸 초임을 100으로 잡았을때 생산직 전문대졸 2년 근속자의 임금지수는 105.0였다. 사무직 4년제 대졸 신입사원보다 생산 현장에서 2년간 근속한 전문대 졸업자가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사 초기에는 전문대졸업생과 4년제대학 졸업자들 간의 임금 격차는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는 전문대출신의 장점으로 성실성과 인내력 그리고 조직 적응력을 꼽고있다. 특히 생산기술분야에서의 현업 적응력이 4년제 대졸 출신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다. 전문대 졸업자의 이직율도 평균 3%로 4년제 대학졸업자의 8%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대 졸업자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에 비해 불리한 면도 상당수 있다. 전문대 졸업자들의 취업과 근무분야가 일반대학 졸업자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전문대출신이 고유입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대졸업자들이 4년제대학 졸업자들에 비해 다른 직무 순환배치가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승진도 4년제대학 졸업자보다 불리한 실정이다. 한 기업 조사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자의 평균 대리 승진연한은 6∼7년, 4년제 대졸 출신자들의 평균 승진연한은 3∼4년이었다. 학업기간 차이를 감안할때 1년정도 늦은 수준이다. 또 평균승진율도 4년제 대졸자는 52%였는데 비해 전문대졸업자들은 20%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결국 승진에서 전문대 졸업자들이 4년제 대졸자에 비해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어학 능력을 승진요건중의 하나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전문대출신의 어학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승진시험에서 불리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LG경제연구원 홍덕표 연구원은 『산업현장에서 전문대학 졸업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에게 4년제대학 졸업자들과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하고 중견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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