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진공’ 재연 과거회귀 가능성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훈 센 제2총리간의 권력 암투로 불거진 캄보디아 내전 상황은 일단 선제 공세를 취한 훈센쪽의 군사적 승리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다. 수도 프놈펜을 거의 평정한 훈 센 총리는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화해 중재 노력을 거부하고 라나리드 총리를 체포, 기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봉합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93년 출범해 캄보디아 정국을 지탱해 온 연정의 와해가 불가피해 힘의 진공상태가 또다시 연출될 우려가 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권력 투쟁에만 집착해 온 연정 구도가 청산됨으로써 오히려 국정의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캄보디아의 시계가 과거로 되돌아가는 상황 전개에 대해 우려한다. 이러한 분석은 왕정파로부터 공산세력까지 공존하는 복잡한 캄보디아의 정치적 스펙트럼과 중국 베트남 등 이웃 강국의 외세 간섭 등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 비관론자들의 시침은 베트남군의 침공으로 폴 포트 크메르 루주 정권이 무너지고 훈센이 이끄는 친베트남 정권이 들어선 79년을 다시 가리킨다. 당시 정글로 들어간 크메르 루주파와 중국을 등에 업은 시아누크의 왕정파, 크메르 루주에서 탈퇴한 훈센파 등 3각이 각축하며 내전의 끝없는 심연에 빠져 들었다. 유엔의 개입에 가까스로 마련한 수습책이 「적과의 동침」격인 라나리드·훈센의 연정이었다.
당시와 다른 점은 3세력간의 유대 관계이다. 앞서 시아누크의 아들인 라나리드와 훈센이 연합한 반면 이제 라나리드와 크메르 루주 잔존세력을 이끄는 키우 삼판이 대훈센 공동전선을 펼칠 가능성이 큰 점이다. 현재 파리에 있는 라나리드는 항전하겠다고 다짐하고 삼판은 이에 동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3,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크메르 루주 잔존세력이 중국제 무기로 무장한다면 내전상황은 자칫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물론 시아누크 국왕의 호소나 국제사회의 중재로 연정이 유지되는 극적 반전도 현 시점에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힘의 균형판이 깨진 캄보디아의 장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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