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서 조르다노까지 ‘무거우면서 밝은 소리’/오페라가수 진가 보여준 ‘수출음반 1호’/“성대 워밍업위해 수중 발성 등 온갖 노력”바리톤 고성현(36)씨가 2집 음반 「드라마틱 바리톤 아리아」(삼성클래식스)를 냈다. 가곡과 아리아가 섞인 1집 「아무도 모르라고」와 달리 이번 것은 오페라아리아만 12곡과 함께 임긍수의 가곡 「그대 창 밖에서」를 담고 있다. 수록곡을 보면 오페라가수로서 진가를 보여주자고 작정한 것 같다. 모차르트에서 베르디, 조르다노까지 2세기에 걸친 걸작을 아우르고 소리의 성격도 무거운 것과 밝은 것을 고루 선곡, 「바리톤들이 보면 한숨이 나올」 힘든 곡으로 구성하고 있다.
음반 출시에 맞춰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선곡에 대해 『만용을 부렸다』고 하면서도 『너무 기뻐 밥을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저녁에 집에 가서 음악을 맘껏 먹겠다』며 밥을 굶었다. 팬들은 이 음반을 오래 기다려왔다. 더 반가운 것은 한국레이블을 달고 세계시장을 겨냥해 제작, 수출되는 1호 음반이란 점이다. 삼성클래식스는 미국에서 규모 2위의 음반유통업체인 「알레그로」의 배급망을 통해 이 음반을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배급한다.
녹음은 귀도 아스몬 마르산이 지휘하는 LA 시어터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지난 4월 미국에서 나흘간 했다. 상오 10시부터 녹음에 들어갔는데 노래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의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워밍업을 했다. 성대를 풀어주기 위해 따듯한 물 속에서 노래하고 욕조에 잠수하기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했다. 「노래는 목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고 그 몸을 조절하는 것은 머리」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길이가 고작 1㎝도 안되는 성대로 승부를 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렁차고 거침없이 쏟아지는 그의 성량은 흔히 대포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8년전까지만 해도 그의 노래는 객석에서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온갖 실험 끝에 소리를 찾아냈다. 그 중에는 맹수처럼 입을 다문채 으르렁대는 연습도 있었다. 그는 「몸으로 소리를 내는 성악 공부가 무척 재미있다」고 말한다. 몸이 얼마만한 압력을 뿜어낼 수 있나, 소리의 빛깔이 어떻게 변하나 알아보려고 물구나무 서서 연습하기도 한다. 오늘날 그의 소리는 그런 단련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노력에 의해 날로 더 좋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의 「오텔로」, 6월 국립오페라단의 「리골레토」를 본 사람들은 오페라가수 고성현의 매력을 새삼 확인했다. 무대의 정열이 이 음반에서도 느껴진다. 강함과 부드러움, 유머와 비통함 등 상반되는 표현을 능란하게 조절, 바리톤으로서는 무척 어려운 「무거우면서 밝은 소리」의 과제를 수월하게 해치우고 있다. 그것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 발레를 기막히게 하는 것과 같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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