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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부추기는 사회/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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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부추기는 사회/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7.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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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비행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매우 걱정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의 아들 딸이고 우리의 꿈이요, 미래가 아닌가. 우리는 이들의 비행을 하나하나 열거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부끄럽고 낯 뜨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탈선은 남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학생에게까지 퍼져있으며 호기심에 의한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금품갈취라는 의도성을 지니고 있고, 심지어는 이것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이러한 비행이 극소수학생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런 일은 독버섯처럼 번지기 쉬우며 더구나 당사자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다. 그러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해법은 무엇인가. 물론 일차적으로 당사자에게 있고 이차적으로는 사회에 있다할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는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 길고 지루한 학업의 과정이 견디기 어려운 고비에 이른 것이다. 마라톤에서의 4분의 3지점이라고나 할까. 대학입학과 함께 한 숨 돌리게 되는 마지막 고비에 서 있는 것이다. 청소년은 사춘기에 있다. 사춘기에는 몸과 마음이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되면서 이성에 눈뜨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춘기는 열정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아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시기인 것이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고비를 순조로이 넘기지 못하고 옆길로 갈때 비행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은 이 고비를 넘기고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각고하고 자제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들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비행에는 사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 청소년들은 누구를 보고 자라는가. 부모를 보고 이웃을 보고 사회를 보고 자란다. 청소년들은 사회의 거울이다. 우리 주변에는 청소년들을 탈선으로 이끌 요인들이 너무 많다. 우선 우리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 그리고 경쟁의 명암이 너무 짙다. 승자에게는 너무 많은 것이, 패자에게는 너무 적은 것이 돌아간다.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청소년들은 좌절감에서 옆길로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한 것도 경쟁 덕분이지만 요즘 발생하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이 지나친 경쟁에 말미암았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청소년들이 너무 많이 성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신문과 잡지의 광고에 나타난 선정적인 장면들은 젊은이들의 자제력을 잃게하고 있으며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게되는 폭력은 젊은이들을 서서히 폭력에 도취시키고 있다. 청소년들을 성과 폭력에서 차단하고 그것들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황금만능 풍조가 돈을 중심에 놓고 인간을 주변에 놓이게 하고 있다. 돈을 목적으로 하고 사람을 수단으로 삼게 하고 있다. 돈에 의한 인간의 소외가 인간을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작태를 낳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청소년들의 비행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이것은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멍들게 하고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언제 어디서나 꿈과 희망을 지녀야 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젊은이의 기상이요 특권이다. 그리고 자기를 냉철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자기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매진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를 위해 봉사하면서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갈 생각을 해야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들이 깔아놓은 지뢰를 거둬 들여야 한다. 지뢰밭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은 다름아닌 나의 아들이요 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지뢰밭에 내몰아 놓고 거기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나무라는 일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깔아놓은 지뢰를 거둬들이는 일은 청소년의 탈선을 예방하는 일이요, 우리 사회를 밝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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