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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조계종 총무원장(각계인사에 듣는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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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조계종 총무원장(각계인사에 듣는다:13)

입력
1997.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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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대비심,남과 나 공존지혜를”/“국민 모두 이기심 버리고 공동체 삶 추구할 때/규제 최소화 기업창의력 키워야 경쟁력 회복”불교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은 현 상황을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제기능을 못하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규정하고,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민 사이에서 「이래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일어나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하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히고 난국 극복의 해법으로는 동체대비심, 곧 온 국민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편집자 주>

―장기불황과 한보비리, 김현철씨 사건, 대선을 둘러싼 그칠줄 모르는 정쟁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졌고 정치는 부패했고 도덕적 타락도 예전에 비해 훨씬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모든 분야가 제기능을 못하는 총체적 난국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수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사이에서 「이래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일어나고 자세를 가다듬어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국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익을 앞세워야 할 사회 각계 지도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이기주의의 포로가 된데 파국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우리, 나보다 사회를 생각하는 이타행을 실천해 극단적 이기주의와 그 이기주의 속에 도사리고 있는 물신주의를 몰아내야 합니다. 정치인, 기업인, 교육자, 종교인 등 사회 각 분야 지도자들이 솔선해 자비와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갈 국민적 지혜는 무엇일까요.

『동체대비심입니다. 나와 이웃, 나아가서는 모든 국민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동체대비심을 가질 때 온 국민이 지금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공동체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인은 현재의 도덕적 타락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야 하고, 기업인은 영리추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민의 삶을 살찌울 수 있는 기업관을 확립하고, 일반인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공존공생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보살도(이타행·자비행)를 행하는 것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는 길입니다』

―21세기를 열어갈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직성입니다. 국정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대통령은 정직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사회가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통합능력을 꼽겠습니다. 여론을 살피고 수렴해서 국민을 한 길로 이끌 지도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민주화, 경제발전, 건강한 사회, 통일한국을 이끌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정책비전을 가진 인물이어야 합니다』

○공정거래확립 정부몫

―오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국제화 바람이 불고 있는 때입니다. 쓸데 없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기업이 창의력을 발휘해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보조자」의 자리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을 무조건 축소해야 한다는 것은 아녜요. 모든 경제주체가 공평한 기회를 갖도록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촉진하는 조세정책을 확립해야 합니다.

기업인도 국가와 노동자, 국민의 도움 없이는 부를 쌓아갈 수 없다는 겸허한 생각으로 분배와 경제정의실현에 힘써야 합니다. 그래야 근로자들이 일을 내 일처럼 하고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전국민적 노력과 지혜가 모아집니다. 부단한 기술개발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부 계층의 과소비는 우리사회의 갈등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과소비는 우리사회에 팽배한 물신주의의 결과일 뿐 아니라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문화풍토를 조성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지향적 경제구조를 생산 중심으로 바꾸고 근검·절약하던 60, 70년대의 미덕을 회복해야 합니다. 고가수입품을 수입해 과소비를 조장하는 일부 기업인과 상업광고·프로그램을 통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언론은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저축운동을 펼치는 것도 과소비 해결의 한 방편이 될 겁니다』

○돈안쓰는 선거제부터

―최근 김영삼 대통령은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을 선언했습니다. 돈안드는 선거, 깨끗한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정치인과 국민의 대각성이 필요할 텐데요.

『돈쓰지 않고도 정치가 가능한 제도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선거공영제의 확대, 세몰이식 군중집회의 금지, TV·신문 등 매스컴을 통한 후보검증 등입니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돈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돈은 돈대로 받고 찍을 때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는다」는 생각이 금권부정선거를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92년 대선에서 법정한도액 이상의 돈을 쓴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치인들이 이번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돈에 관한 한 엄격한 선거제도를 마련하길 기대합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경유착은 경제와 정치 모두를 부패시키고 국민적 불신을 불러 일으켜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고질적 병폐입니다. 정치자금 수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일정 수준을 정해 기업인이 음성적으로 정치인에게 돈을 줄 때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때 반드시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쌍방 처벌토록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이 다시 대두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타파할 방안은 무엇일까요.

『지역감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어떤 사안보다도 오래되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치인의 부패, 경제적 불황, 도덕적 타락보다도 국민적 통합을 해치는 망국적 병폐이지요. 우리 정치사 뒤에는 지역감정이라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지역감정을 이용해 정권을 잡고 정파를 유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돼왔습니다. 지역감정을 담보로 정치를 해온 한국정치인들은 역사적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우선 지역감정을 이용해 정권을 창출하려 하거나 정파를 유지하려는 정치인은 대선·총선을 막론하고 뽑지 않겠다는 국민적 의식이 싹터야 하겠습니다. 또 이번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낼 정책과 지도력을 지닌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 것이고 새 대통령은 지역간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꾀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시책을 펴야할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위기는 체제붕괴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경제난과 관련,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까.

『현재 수해와 냉해로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가 1,000만명이고 이대로 7월을 넘기면 200만명이 기아의 위기에 처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북한의 기아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얘기지요. 북한은 대결의 상대인 동시에 대화의 상대이기도 합니다. 십수년전보다 지금은 개방과 개혁이 강조되고 각국의 교류가 빈번한 세계화 추세에 있습니다. 동포라는 민족애와 인도주의에 따라 도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단 북한에 수해상황과 식량난 현황을 투명하게 밝히도록 요구하고, 우리가 지원하는 식량이 굶주린 북한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21세기 덕목은 이타행

―우리 국민은 이렇다 할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우리 국민을 이끌 덕목은 무엇이어야 하겠습니까.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이보현행 오보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현보살처럼 이타행을 하면 보리(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21세기 우리의 국민정신으로 이타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광수공양 수순중생 중생회향해야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돕고, 대중의 뜻을 존중하며 살고, 내가 쌓은 공덕을 사회와 대중에게 돌리라는 뜻입니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일찍이 인류를 구제할 사상은 동양사상중 대승불교의 보살도사상, 곧 화엄사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국난극복을 위해 종교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까지 우리 불교는 종교 내적인 일에만 침잠해 왔습니다. 이제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발길을 돌려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고 고통을 나누는 자비정신을 널리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정의실현, 환경보전, 국민통합, 민족통일에 적극 기여해야 합니다』<인터뷰=서사봉 기자>

□약력

▲1935년 전북 정읍 출생

▲54년 법주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받음

▲61∼71년 조계종 제17교

구 본사 금산사 주지

▲66∼74년 2, 3대 중앙종회의원

▲71∼80년 개운사 주지

▲74∼80년 4, 5대 중앙종회의원

▲78∼80년 5대 중앙종회의장

▲80년 17대 총무원장

▲80∼86년 금산사 회주

▲81∼90년 영화사 회주

▲88∼94년 9, 10대 중앙종회의원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94년∼ 총무원장, 종단협의회장

▲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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