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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사회적 책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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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사회적 책임(사설)

입력
1997.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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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개치며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물리적, 사회적 공간을 확보하고 보호해 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일차적 책임이다. 불행하게도 기성세대가 총체적으로 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사이에 학교 주변 청소년폭력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초중고생의 무려 20%에 달한다. 성장기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 아닌, 조직화하고 범죄화한 폭력이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겪은 폭력의 피해는 일생에 걸쳐 지속되는 심리적 상처를 남긴다. 당장 그 상황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은 절박하다.

내무부는 경찰력을 집중해 학교폭력에 엄중 대처할 것이라 한다. 환영해 마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무능에 낯이 뜨거워진다. 공권력에 의한 학교폭력 발본색원 방침 천명이 벌써 몇번째인데 지금껏 무엇을 이루었는가.

제한된 인력, 부처간 공조체제의 미흡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권력에 의한 대처라는 방법 자체가 미봉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권력에 의한 단속 대책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크게 두가지이다. 가해청소년들을 처벌하겠다는 것과 가해청소년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행위의 『합리적 선택』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불안정한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실현되기 어렵고 그 시행방법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실체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피해자라는데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학교폭력을 낳는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에서 찾아져야 한다. 청소년들의 사고와 행위유형은 기성세대로부터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 사회적으로 정당한 수단에 대한 합의의 부재, 공존이 아닌 경쟁과 지배·착취의 가치관, 폭력에 대한 무분별한 미화, 남성성과 폭력과의 암묵적 동일시,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인권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등 지난 수십년에 걸친 사회변동의 부정적 결과들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날마다 쏟아부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행태에서, 그리고 대중매체를 통해서 우리의 2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에 대한 기성세대의 뼈아픈 반성 없이는 장기적으로 학교폭력의 만연을 막을 길이 없다.

학교를 중심으로 가정과 지역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바람직한 가치의 전수를 위한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가정에서 담당해야 한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로 청소년들에게 장래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때에만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학교폭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해내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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