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게 살자 해도 아이들 생일은 생일이다. 유행하는 외식업체나 놀이공원 대신 좁은 집에서 돈 안들이고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색다른 생일파티를 할 수 있다.우선 집에 맞춰 크게 무리없는 수의 인원만 초대한다. 한 반의 아이를 모두 불러모아 비디오를 보여주며 반장선거의 예비공작쯤으로 하는 파티는 가장 성의없는 것이다. 음식도 장만하기 쉬운 것으로 최소한만 준비한다. 아이들은 음식보다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좁은 집에서 뛰면 놀면 위험하기 때문에 동작이 작은 놀이를 주로 한다. 아이들이 다 올 때까지 미리 준비한 색 켄트지, 예쁜 스티커, 매직펜으로 자신이 쓸 파티모자를 만들게 한다. 한자의 산 모양이 중앙에 오도록 왕관으로, 또는 직사각형 띠에 깃털모양의 인디언 모자처럼 미리 잘라 놓으면 아이들이 스티커도 붙이고 그림도 그려 개성적인 모자를 만든다. 또 색마분지와 색끈(200원짜리)을 주며 집에 갈 때 답례용으로 준비한 지우개나 연필 사탕을 넣을 백도 만들게 한다. 그러면 어느새 즐겁게 30분이 지나간다. 다음 30분 동안은 점심을 먹고, 그리고 이벤트식으로 30분 내지 40분 쯤 논다. 2학년 때는 모자 대신 저마다 탈을 그리게 하여 거실의 커튼을 막으로 삼아 「늑대와 8마리 양(참석자가 9명이라)」 연극을 했는데 아이들 각자가 역할을 정하고 대사도 즉흥적으로 바꾸어 만든 이야기에 스스로들 놀라워하고 즐거워했다. 3학년 때는 「흥부 놀부 제비」를 중심으로 재판놀이를 했고 4학년 때는 값싼 양말 5켤레, 인조솜 한 봉지, 폐품인 펠트천을 잘라 미리 동물 귀를 준비하여 아이들이 간단한 바느질을 해 동물인형을 10개 만들어 하나씩 들고 갔다. 아이들이 모두 원한다면 선물을 뜯어보고 그렇게 2시간이 지나면 일단 파티는 끝난다. 놀이터에 가서 놀다가 또 뭔가 먹고 싶으면 집으로 오지만 어쨌든 파티 후원자로서의 소임은 다한 셈이다. 지난 주 11살이 된 딸애는 초대받지 못한 친구의 아픔을 알겠다고 이제 생일파티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커 간다.<옥명희 소화출판사 편집부장>옥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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