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복도나 계단에서 교수를 만나도 물끄러미 쳐다보고 외면하는 학생들. 담배 연기로 「금연」스티커가 무색한 휴게실. 테이블엔 종이컵과 쏟아져 말라붙은 커피, 담배꽁초, 과자봉지들. 방학을 맞아 교정은 비었지만 취업 준비 등을 위해 대학 도서관이나 학생회관 등을 찾는 학생들은 대학구내의 이같은 일상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동덕여대 디자인대학 학생회(회장 이영주·의상디자인4)가 이같은 고질적 관행을 벗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신나는 하루 만들기」캠페인이다.
이 대학이 생활자정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은 특별하다. 디자인대학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와 논현동 가구거리 등 첨단패션의 현장을 직접 접하며 공부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청담동의 지하 1층 지상 6층(연면적 1,200평)빌딩에 딴살림을 차렸다. 이 곳에서 의상·산업·컴퓨터디자인학과 520명의 학부생이 생활한다.
공부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섰지만 불편한 점이 많았다. 비싼 땅값 때문에 운동장은 커녕 나무그늘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벤치 하나 없다. 기껏 건물 지하의 85평 남짓의 휴게실을 빼면 모든 공간이 강의실, 실습실, 교수연구실이다. 휴게실에서 한 두명만 담배를 펴도 너구리굴로 변하기 일쑤. 실습실도 자투리옷감이나 종이조각, 지우개가루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학생회는 우선 캠페인의 첫 작업으로 지난달 교내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 곳곳에 자정운동의 취지와 내용을 알리는 홍보물을 붙이고 동참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웃고 인사하기, 자리 정돈하기, 흡연 삼가기, 서로 내탓하기. 또 휴게실에 널린 쓰레기 등 사진도 게시했다.
학생들의 동참이 줄을 이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수위아저씨 청소아주머니의 표정도 밝아졌다. 휴게실에서 흡연하는 학생들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 2학기부터 학생회는 그간 성과를 토대로 「입시학원 이미지 탈피-참다운 대학상 조성」을 위해 캠페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임미진(22·의상디자인3)씨는 『방학을 마치고 학교를 찾은 친구들이 달라진 학교 모습을 보면 놀랄 것』이라며 『학교 자정운동이 다른 대학들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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