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모를 메시지로 상상력 자극규칙은 없지만 광고는 대개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오랫동안 지켜지는 「전범」 같은 것이 있다. 이를테면 화장품광고에는 늘 미스코리아 톱탤런트 등 미녀들의 화장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자동차광고는 시원스럽게 자동차 달리는 모습이나, 안전성 편안함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옷광고는 멋있고 우아하고 발랄한 모습 등 분위기만 틀리지 하나같이 그 브랜드의 옷을 입은 모델이 나온다. 광고가 스테레오타입으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익숙한 틀에 따라 던져지는 광고는 이해하기가 쉽다. 메시지의 전달도 뚜렷하다. 특별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파격적인 광고가 가져올 거부감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 틀이 깨지고 있다. 광고마다 아이디어가 만발하고 있다. 신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의류 통신광고는 무슨 광고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어지고 있다. 기능을 앞세우지 않는 자동차광고, 성이 뒤바뀐 화장품광고도 속속 등장한다. 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신선함만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올해 5월 고속 무선호출기 「01577 해피텔」 서비스를 개통한 해피텔레콤은 최근 폭발할듯한 속도로 화면이 바뀌다가 끝나는 이색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초음파로 촬영된 태아, 로켓발사, 핵폭발, 고속전철, 컴퓨터모니터 등 15초 동안 90장 가까운 스냅사진을 연속으로 보여주며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키우다가 마지막에 「삐삐서비스의 고속시대가 열린다. 고속삐삐 01577 해피텔」 카피로 끝난다. 해피텔레콤은 『사람들을 긴장감 속에 몰아넣은 뒤 마지막에 「해피텔 탄생」이라는 키 메시지를 알려 궁금증을 풀어주는 효과를 노렸다. 자세한 내용은 인쇄광고를 통해 보여준다』고 광고전략을 설명했다.
올해 초에 선보였던 일경물산의 캐주얼의류 「제드」광고도 비슷한 경우. 이 광고는 「제드가이」로 이름 붙여진 젊은 남자가 볼링 공이 되어 사이버공간을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장면과 그가 상상하는 옷벗은 여자의 모습 등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두 장면의 이질감이 심할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용을 알기 어렵도록 만들어졌다. 일경물산쪽은 『수수께끼같은 장면으로 신세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눈길을 끌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전투구가 한창인 자동차업계에도 새로운 광고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쏘나타Ⅲ를 감싸고 돌던 늑대들이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놀라서 달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쟁에 앞선다는 이미지를 전했던 현대자동차는 최근 성당에서 벌어지는 고해성사를 다룬 「후회」편으로 자동차 광고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성당에서 인자한 신부님에게 열을 내면서 하소연 하는 남자. 『전 지금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정말 믿었는데 제가 조금 신중했더라면.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요』여기까지는 무슨 광고인지 알 수 없다. 이때 신부님이 아무 말 없이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의 명함 한장을 건네준다. 기능보다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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