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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꿈꾸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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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꿈꾸는 사회

입력
1997.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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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산업 10조원대 규모… ‘신데렐라’ 열풍이 분다『아니, 거기선 좀더 제스처를 크고 확실하게, 시선은 객석을 향하고』

지난달 24일 연기전문교육학원 「한국방송문화원」 성인반 수강생들의 워크숍 연습현장. 관객들의 박수갈채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지만 열기는 뜨겁다. 아직은 정식 연기자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스타」의 반열에 오를 그 날을 위해 스무명 남짓한 연예인 지망생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워크숍 작품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에서 주인공 조만득 역에 더블 캐스팅된 허장씨. 대부분 20대 초반인 동료들 틈에 끼어 연습에 열중인 그는 불혹의 나이 40세. 6살짜리 딸아이를 둔 늦깎이 연기자지망생이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영어 교사직을 그만 두고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린 지 7개월째다.

『젊었을 때부터 품어왔던 꿈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없다. 열정과 꿈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목표는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다』

○‘용모와 끼있으면 돈방석 앉는다’

스타를 꿈꾸는 사람은 허씨만이 아니다. 대중문화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의식, 사회의 조류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그 영역과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해가는 90년대 후반, 스타는 그 한가운데 서있는 존재다. 누가 스타를 감히 「딴따라」라고 부르는가? 스타는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이자 문화의 창조자, 시대의 프런티어 반열에 서 있다. 그 높은 곳을 향해 수많은 스타지망생들이 오늘도 명멸한다.

스타를 「꿈꾸는」 사회는 스타를 「만드는」 사회다. 스타는 대중과 시대의 취향에 따라 이미지를 덧씌워 기획되고 제조되며 관리된다. 「스타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연예매니지먼트사는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는다.

왜 스타를 꿈꾸는가? MBC 주철환 예능 1팀장의 말. 『고학력자도 많이 몰리지만 스타에의 꿈은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인 교육현실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크다. 일류에 끼지 못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용모와 「끼」, 그리고 센스만 웬만큼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몰려든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는 사건이 자기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데렐라」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에 비해 훨씬 더 쉽고 많은 돈을 버는 매력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탤런트 경쟁률 500대 1 ‘연예고시’

그러나 스타에의 길은 바늘구멍이다. 「연예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쟁은 첫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서울에 있는 30여개의 연기학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매 기수마다 최소 5대 1 이상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시작부터 탈락하고 마는 것이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스타에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방법은 방송사의 공채나 각종 선발대회에 입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경쟁은 바로 이 때부터다. 통상 방송국의 탤런트 공채시험 경쟁률은 최저 200대 1에서 최고 500대 1. 이 중 서류전형, 카메라 테스트 등을 거쳐 40여명 정도가 최종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을 거쳐 정식 연기자가 되는 인원은 20∼25명선. 그러나 마지막 관문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1∼2년의 전속계약기간 동안 지급되는 40만∼60만원 정도의 월급과 몇 번의 단역 출연 기회뿐. 방송 3사를 통틀어 매년 70∼100여명을 헤아리는 「샛별」중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연예인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 조역급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3∼4명에 불과하다.

『공채 통과는 「장군의 아들」, 스타 등극은 「신의 아들」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94년 공채 데뷔 후 조연급으로 안방극장에 근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K씨의 말. 그는 변변한 출연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 중 태반이 일종의 「비자발적 실업자」 상태로 방송국 주변을 떠돈다고 말한다.

각종 학원이나 공채 케이스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광고대행사나 모델에이전시, 음반사 등에는 한달에도 수백통씩의 프로필이 날아든다. 영화나 가요계 공개 오디션에는 한두명 모집에 수백명씩 몰린다. 한 가요 전문 매니저는 가수지망생의 숫자를 연평균 2,000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들 중 「뜨는」 아이들은 2% 미만이고, 그나마 요즘은 떠도 1년을 못 넘기는 반짝 스타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그의 말. 사정은 모델계나 영화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력보다 행운’ 한탕주의 조장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중문화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성장하고 있다. 문체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영상산업 한 분야의 규모만도 3조5,000억원대. 여기에 방송, 대중음악, 패션 등을 합치면 10조원이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바야흐로 연예산업을 두고 현대판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의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MTM의 김민성(41) 대표는 이에대해 『대중문화산업이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거품경제 현상』이라고 말한다. 주식 붐이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거품은 걷힐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스타신드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여고교사는 『웬만한 아이들은 연예인에 관한 소식을 줄줄 꿴다. 아예 펜클럽에 등록해 방송국이나 콘서트 등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면보다 얼굴이, 노력보다 행운이 중요시되고, 위인보다 스타를 우상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문화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치루어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황동일 기자>

◎스타 만들기는 확률 조금 높은 ‘도박’/재능·운·기획사 능력 ‘3박자’/가수경우 1억5,000만원 소요

『뿌린 만큼 거둔다, 그러나 운이 없으면 못 거둘 수도 있다』

연예 매니지먼트사업은 「확률이 조금 높은 도박」에 비유된다. 스타 한 명을 만들어내는데는 수억원까지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액이나 실력에 따라 성공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들을 거느린 대형 기획사조차 『스타 탄생을 위해서는 본인의 재능과 기획사의 파워, 기회를 잘 포착하는 스타운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가수 한팀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데 과연 얼마나 들까? 댄스가수팀의 경우 1억5,000만원이 기획사들의 공통된 계산서다. 음반제작비는 5,000만원이 정가. 작곡능력이 없는 댄스가수팀을 데리고 음반을 만들려면 작사·작곡비만 3,000만∼4,000만원이 든다. 한 음반에 들어가는 10여곡 중 「간판곡」2곡 정도는 특급 작곡가에게 맡겨야 한다. 특급 작곡가들에게 한 곡당 지불하는 비용은 1,000여만원. 이 돈이면 작곡가는 편곡, 녹음까지 책임져 완전한 작품을 만들어 준다. 작사료는 한 곡당 50만원이 최저. 유명 작사가는 200만원. 여기에 녹음실 대여료와 「세션맨」으로 불리는 반주자 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녹음실 대여료는 한 프로(3시간30분)당 37만∼42만원. 보통 다섯 프로 정도면 녹음이 가능하지만 가창력이 부족하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녹음이 끝나면 뮤직비디오 촬영. 1,500만∼2,000만원이면 중요곡의 작업이 끝난다. 공을 들이면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음반제작비보다도 많은 5,000만∼1억원이 홍보비로 쓰인다.

배우는 비교적 투자액이 적은 편이다. 배우전문 모기획사 매니저 김모(28)씨는 『연기 수업을 전혀 받지 못한 배우지망생도 6개월 정도 스파르타식 훈련을 거치면 웬만한 배역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소개를 받거나 기획사에서 픽업된 예비배우들은 6개월 가량 연극인 등 베테랑 연기자에게서 개인지도를 받고 수영 에어로빅 등을 통해 몸매를 만든다. 훈련비용에 홍보비가 더해진 투자금액은 기획사의 규모와 의지에 따라 대략 3,000만∼5,000만원선이 된다.

가수를 키운 기획사는 음반 10만장 판매를 투자액 회수 기점으로 삼는다. 장당 1,300∼1,400원이 돌아오고 행사나 밤무대 출연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방송 출연은 「의상비도 안빠지는 일」이다.

기획사들은 그러나 『본전뽑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주장한다. 한해동안 발매되는 가요 음반 1,000여장 중 3만장 이상 팔리는 음반은 50종 내외. 특히 신인은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100만장 이상이 팔리는 「대박」은 1년에 한번도 나오기 힘들다. 배우도 마찬가지. 매년 수천명이 연예계의 문을 두드리지만 고작 5, 6명의 스타가 탄생한다.

기획사의 빈익빈 부익부는 스타만들기의 중요한 변수다. 돈과 인맥이 충분한 대형 기획사가 신인이 스타로 뜨는 길목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스타를 확실히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까지 해주는 「메이저」는 가수와 배우전문업체 각각 5곳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신인을 띄우면 떼돈이 보장되기 때문에 스타만들기는 중소기획사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일이다. 대형기획사 B사의 김모(29) 실장은 스타만들기를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를 밀고 가는 일』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돈과 힘이 들지만 궤도에 오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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