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남부지방에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가 발표와는 달리 양산단층대 부근인데도 이웃에 고리 및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처가 이를 은폐한 의혹이 일고 있다. 지진과 원자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크기만 하다. 진상은 소상히 공개돼야 한다.기상청은 지진발생후 진앙지가 강원 동해시 북동쪽 67㎞로 발표했다가 5시간20분후 포항 남동쪽 94㎞로 수정했다. 한국자원연구소는 이와 별도로 정밀측정기를 동원, 진앙지가 경주 남동쪽 약 6㎞지점임을 확인하고 이를 과기처에 보고했는데도 이를 즉시 발표하지 않고 숨겨 왔다는 것이다.
과기처의 말처럼 관측장비가 낡은 경우 측정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사실 은폐를 합리화시켜 주지는 못한다. 부근에 원자력발전소가 5기나 있고 3기가 건설계획중이라 충격을 감안해 그러했다면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예방차원에서라도 더 신속히 발표했어야 했다.
지진관측장비가 낡았기 때문이라는 과기처의 변명은 그동안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 발표가 전부 엉터리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진도 4.3에 진앙지가 내륙인 지진조차 이처럼 갈팡질팡했다면 나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진관측이 비과학적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행정은 전문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할 때 국민들이 믿고 따른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엄청난 재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지진이나 원자력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도 절대로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은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년에만 벌써 12회나 발생했다.
특히 남부지진의 진앙지로 떠오른 양산단층대 부근엔 고리 및 월성원전이 있다는 점에서 이의 활성 여부가 다시 주목을 끈다. 활성이란 학계의 주장에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설사 그렇더라도 원자력발전소는 진도 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돼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활성 여부가 불확실한 단층대에 원전을 건설한 것부터 비과학적이었지만 우선 양산단층대의 활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고리 및 월성원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지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지진관측시스템 등의 현대화와 바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지진에 대한 관측 연구 및 경계태세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전문연구소 하나 없고 12개 기상관측소가 담당하고 있는 지진관측 장비도 낡아 빠졌다. 자원연구소가 원전주변의 지진을 연구하는 것이 고작으로 이번 남부지진의 진앙지 정정소동이 이를 말해 준다. 이같은 상황에선 지진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뒤흔들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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