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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고도성장 한계왔나/수출부진 타개위해 변동환율제 전격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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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고도성장 한계왔나/수출부진 타개위해 변동환율제 전격실시

입력
1997.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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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고도성장을 주도해 온 태국의 장밋빛 꿈이 무너지고 있다.태국 중앙은행은 2일 관리변동환율제 실시를 전격 발표했다. 이는 곧 바트화의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 발표 직후 한때 18%나 급락하기도 했다.

태국은 그동안 달러화에 80%의 가중치를 둔 바스켓 방식의 고정환율제를 택해왔다. 이는 환리스크를 낮춰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데 기여했고, 여기에 값싼 노동력이 결합되면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통한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섬유를 비롯한 노동집약형 위주의 수출산업은 베트남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붐도 사라지고, 금융기관들은 대량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고도성장기의 「거품」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서 바트화는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간신히 가치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경제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바트화는 외국투자자들의 표적이 돼 올들어 심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경제학자들도 수출촉진을 위해 15∼20%의 평가절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변동환율제의 채택은 결국 이같은 국내외의 압력에 대한 태국 정부의 항복선언이자 경기 활성화를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러나 태국 중앙은행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단기조정기간이 지나면 환시세는 비교적 안정될 것』이라며 앞날을 낙관했다.

한편 바트화의 급락에 따른 외환위기를 우려한 주변국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95년초 발생한 멕시코 금융위기의 중남미 파급효과를 일컫는 이른바 「데킬라 효과」차단을 위해 즉각 시장개입에 나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나라들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국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경제기반이 취약한 필리핀이 표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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